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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트럼프의 4억달러 빚…재선되면 어떻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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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소득세 등 세금 문제 대선 이슈로

재선되면 심각한 이해 상충 소지

펠로시 의장, ‘국가안보 문제’라며 공세


한겨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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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세를 750달러(88만원)만 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세금 문제가 다시 미국 대선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트럼프가 대통령 취임 전후에 냈다는 이 세금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의원과 켈리앤 콘웨이 전 백악관 선임고문의 남편 조지 콘웨이가 트위터에서 각각 조롱한 것처럼, “술집 바텐더로 일하며 냈던 세금보다도 적고”, “애완견 관리에 쓴 돈보다도 적은 금액”이다. 오카시오 의원은 미국 최대 부동산 재벌이라는 트럼프가 “웨이트리스와 미등록 이민자보다 우리 지역사회 자금 지원에 덜 기여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가 지난 27일(현지 시각) 보도한 세금 논란에 대해 트럼프는 “가짜뉴스”라면서도 세금 납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그는 세금으로 “수백만달러를 냈다”면서도 세금환급도 받았다고 해명했다. 트럼프재단 쪽은 “(보도가)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 부정확하다”고 말했다. 이 해명은 트럼프가 거액을 세금으로 냈지만 대부분을 세금환급 제도를 통해 돌려받았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뉴욕타임스>의 보도를 보면, 트럼프는 많은 개인 비용을 회사 경비로 처리하고, 회사가 적자라고 보고해 세금 납부를 회피한 의혹이 있다. 자산을 뻥튀기한 의혹도 있고, 개인 부채도 3억달러에 달한다. ‘절세’가 아니라 탈세 의혹이 있는 것이다.

저소득층보다도 적게 낸 세금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세금 자료에 합법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취재원을 통해 1990년대 말부터 2017년까지 18년간의 그와 그의 회사들의 세금 자료를 확보했다며, 주요 내용을 지난 27일 보도했다.

주요 내용은 그가 대선이 치러졌던 2016년과 취임 뒤인 2017년에 각각 연방 소득세 750달러(87억원)만 냈고, 18년 중 11년 동안에는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사업체가 큰 손실을 봤다고 보고하는 방식으로 납부 세금을 낮추고 △텔레비전 리얼리티쇼에 출연하면서 한 머리 손질 비용으로 7만달러(8190만원), 딸 이방카의 머리 손질 및 화장 비용으로 9만5464달러(1억1170만원) 등 사적인 비용을 회사 비용으로 처리한 뒤 세금 공제를 받고 △이방카 등 가족을 포함한 지인들에게 2600만달러(304억원)를 ‘컨설팅 비용’으로 지급했다.

트럼프는 납부 세금 대부분을 공제를 통해 돌려받는 방식을 사용했다. 18년간 9500만달러(1111억원)의 세금을 냈으나, 연방세 환급으로 7290만달러(852억원)를 돌려받았다. 국세청(IRS)은 지난 2011년 이런 세금환급이 적절한지를 살펴보는 감사에 착수했으나 아직 심사 중이다.

노동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미국 가구의 평균 소득은 7만8635달러(9200만원)이고, 이들의 연방 소득세는 9302달러(1088만원)이다. 미국의 소득 상위 0.001%에 속하는 최상위 부자들은 각종 세금환급 제도를 활용하지만, 소득세율은 24.1%이다.

트럼프가 2000∼2017년 실질적으로 낸 연방 소득세는 연평균 140만달러(약 16억원)다. 미국 최상위 0.001% 부자들의 연평균 연방소득세 납부액인 2500만달러(292억원)의 5.6%에 불과하다.

사업체는 적자인데 트럼프는 막대한 수익

트럼프가 서민보다도 적은 세금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사업체가 손실을 봐서 적자라고 신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자신은 대중적으로 유명하게 만들었던 <어프렌티스> 등 텔레비전 리얼리티 쇼 출연에 힘입어 많은 돈을 벌었다. 브랜드 이미지로 번 돈 때문에 거액의 세금이 부과되면, 사업 손실을 이유로 납부한 세금을 환급받아 온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2000년 이후 핵심 사업체인 골프장에서 3억1500만달러(3685억원) 이상의 손실을 냈고, 2016년에 개장한 워싱턴DC 호텔도 짧은 기간에 5500만달러(643억원) 이상 적자가 났다.

반면, 2004∼2018년 동안 트럼프가 자신의 브랜드를 활용해 번 돈은 총 4억2740만달러(5000억원)이다. 이렇게 번 돈에 대한 세금은 자신의 골프장 등 사업체 손실로 상쇄해 세금을 줄인 것이다.

<어프렌티스>에 출연해 얻은 인기가 시들해져 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트럼프는 대선 출마를 선언해 당선됐다. 자신의 브랜드 허가권 계약에 다시 활기를 얻었고 트럼프의 재무 상황도 개선됐다.

트럼프 사업체의 이해 상충 의혹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사업체 일부가 대통령에게 “접근해 시간과 호의를 얻으려는 로비스트, 외국 관리 등으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이후 2년 동안 해외에서 7300만달러(853억원)의 수입을 거뒀다고 신문은 주장했다. 대부분의 수입은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에 있는 그의 골프장에서 나왔다. 트럼프재단도 “권위주의 정권 지도자나 골치 아픈 지정학적 문제를 가진 나라와의 허가권 계약”으로 돈을 받았다. 이런 허가권 계약으로 트럼프 자신은 필리핀에서 300만달러, 인도에서 230만달러, 터키에서 100만달러를 받았다.

하지만, 트럼프는 지난 2012년 트럼프타워를 담보로 1억달러를 빌리는 등의 일로 모두 4억2100만달러(4924억원)의 대출을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 트럼프타워를 담보로 한 1억달러는 2022년이 만기인데 아직 한 푼도 갚지 못했고, 3억달러는 오는 2024년까지 상환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된다면, 이 돈을 둘러싼 심각한 이해 상충이 발생할 것이 분명하다. 그가 이번 대선에서 재선되지 못한다면, 파산할 가능성이 있다. 당장 국세청이 7290만달러의 세금환급이 부당하다고 결정하면, 트럼프는 1억달러 이상을 토해내야 한다.

한겨레

미국의 행위예술가 마이크 하이시가 28일 뉴욕 맨해튼의 뉴욕타임스 사무실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가면을 쓰고 죄수복을 입은 채 <뉴욕타임스>를 읽고 있다. 그가 들고 있는 신문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5년 중에 10년 동안 소득세를 내지 않았다는 등 탈세 의혹이 담겨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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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국가안보의 문제’로 총공세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엔비시>(NBC)와의 회견에서 “대통령이 4억달러 이상의 빚을 진 것 같다”며 “누구에게? 다른 나라들에? 그들이 가진 영향력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 펠로시 의장은 “그래서, 나에게는 이것은 국가안보 문제이다”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현직 대통령이 수억달러를 채권자들에게 (채무 상환을) 개인적으로 보증하고, 그 채권자들이 누구인지도 (우리는) 모른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의 지도자들이 채권자일 수 있다고 공격했다. 그는 “푸틴이 정치적으로, 개인적으로, 재무적으로, 이 대통령에게 무엇을 가지고 있냐”고 묻기도 했다.

트럼프는 트위터에서 “나는 수백만 달러의 세금을 냈지만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감가상각과 세액공제를 받을 자격이 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자산 가치와 비교해 부채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자신의 부채는 가지고 있는 재산으로 상쇄된다고 시사한 것이다. 그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는 <폭스뉴스>와 회견에서 <뉴욕타임스>의 보도에는 급여와 부동산 및 재산 관련 세금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아버지는 수천만 달러의 세금을 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쪽은 이번 보도가 29일 열리는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 앞서 트럼프를 공격하려는 야당과 비우호적인 언론들의 비방이라며 일축해야 한다고 지지층에 호소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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