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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유엔대사 “목숨처럼 지켜온 존엄 포기 못해” 핵포기 거부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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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29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유엔TV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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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29일(현지시간) 대북 제재를 풀기 위해 핵을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거꾸로 북한에 대한 핵 위협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며 진정한 평화는 전쟁을 예방할 수 있는 절대적 힘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사는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5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을 통해 “이제 북한은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매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우호적인 외부 환경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그러나 우리는 화려한 변신을 위해 목숨처럼 지켜온 우리의 존엄을 팔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김 대사의 발언은 대북 제재 해제와 경제적 보상 등을 위해 스스로 개발한 핵무기 등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대사는 “전쟁 없이 평화로운 세계를 건설하는 것은 북한 정부의 일관된 목표”라며 “지난 수십 년 간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 대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핵 위협은 가라앉지 않고 있으며 모든 종류의 적대적 행위들이 우리 눈앞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스텔스 전투기를 비롯한 최첨단 군사 장비가 한반도에 도입되고 모든 종류의 핵 공격 수단이 직접 북한을 조준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내린 결론은 평화는 어느 한쪽의 단순한 소망으로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며 상대방으로부터 보장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라며 “힘에 의한 횡포가 지배하는 지금 세상에서는 진정한 평화는 전쟁을 예방할 수 있는 절대적인 힘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신뢰할 수 있고 효과적인 전쟁 억지력을 이뤘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와 안보는 이제 확고히 지켜지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김 대사는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잘 통제하고 있다는 주장도 했다.

김 대사는 “지금 유엔 총회는 세계적인 팬데믹으로 100만 명이 죽고 전 세계가 극한 혼돈에 빠진 시기에 열리고 있다”며 “북한 대표부는 코로나19로 인해 고통 받는 모든 국가의 정부,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코로나19가 계속 심해지는 엄혹한 현실에서 모든 나라의 정부는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효율적인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며 “북한은 인민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취한 선견지명 있는 리더십 덕분에 코로나 상황은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통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코로나 사태 초기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비범한 지혜와 강력한 결단력으로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선제적이고 시의적절하며 강력한 긴급 처방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김 대사는 “북한에서는 계속되는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해 바이러스가 나라 안으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일련의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며 모든 인민들은 철저하게 방역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며 “북한 정부는 조금의 느슨함이나 양보도 허락하지 않고 바이러스의 침투 위험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긴급 방역 조치를 계속 강화해 갈 것”이라고 이어갔다.

김 대사는 또 “세계가 팬데믹의 재앙에 빠져드는 동안 북한은 인민을 위한 현대 의료시설인 평양종합병원을 착공해 이제 거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고 있다”며 “올해 예상치 못한 자연 재해에 상당한 손실을 입었지만 우리는 홍수와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우리 손으로 제거하고 빠른 시간 내에 인민의 생활을 안정시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을 억누르는 적대 세력들의 공작은 계속 우리의 전진을 방해하겠지만 이를 극복하고 우리 노력으로 번영의 길을 가려는 투쟁은 더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사는 이날 일반토의 주제인 ‘다자주의’를 언급하며 “다자주의는 회원국 간에 상이한 아이디어와 시스템, 문화 등을 인정함으로써 협력적 관계를 통해 평화와 안보, 발전을 가능하게 한다”며 “이는 유엔의 기본 목적에 부합하므로 권장, 증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개별국가가 국제 정치를 일방적으로 지배하고 그 의지를 강요하는 시대는 지났다. 다자주의는 저항할 수 없는 글로벌 트렌드가 됐다”며 “유엔은 평등과 상호 존중, 공정성, 객관성의 원칙을 고수하고 독단과 횡보에는 무관용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런 시각에서 우리는 쿠바에 대한 경제와 무역, 금융 부문의 봉쇄조치와 수십 년 간 이어진 경제적 학살을 규탄하고 거부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스라엘이 지배하는 골란 지역을 되찾으려는 시리아 민족, 독립 국가를 세우려는 팔레스타인, ‘외세의 간섭에서 벗어나 독립을 지키려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지지 의사도 밝혔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도 22일 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일방적이고 부당한 제재를 강하게 규탄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 대사는 이날 10분가량 이어진 연설에서 한국이나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한반도에 무기가 도입되고 있다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쿠바와 베네수엘라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자국에 대한 유엔 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을 간접적으로 공격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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