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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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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망신 美대선토론…“국가적 수치, 더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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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열린 대통령선거 1차TV토론에서 언쟁을 하고 있다. 난장판을 방불케 한 고성과 인신공격이 오간 데 대한 비판이 비등하자 토론을 주관하는 대통령선거위원회는 조만간 형식을 바꾸겠다고 30일 발표했다. [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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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막장’을 방불케 한 미국 대선 1차TV토론의 파장이 30일(현지시간) 이 나라 안팎에서 만만치 않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전날 토론에서 말끊기·인신공격으로 일관하고 정책토론은 실종된 영향이다. 일부 국가는 “미국 정치의 쇠퇴가 어떻게 이 지경까지 왔나”라고 한탄했다. ‘국가적 수치’라는 평가 속에 향후 남은 토론을 더는 할 필요없다는 지적도 분출했다. 그러나 백악관 측에선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기분이 좋은 상태”라는 반응을 냈다. 토론 주최 측은 형식을 변경하겠다고 발표했다. 규칙을 위반한 토론자의 마이크를 끄는 게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왔다.러시아·독일 ‘할많하않’…“미국 유권자가 아니라 행복하다” 이날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크렘린(대통령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미 대선토론에 대해 “우린 미국 정치문화와 선거문화에서 새로운 경향을 확실히 봤다”며 “그러나 그에 대해 어떤 평가도 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하면 즉각적으로 선거를 방해하려는 노력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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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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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도 미 대선토론 관련 ‘할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는 흐름이 감지됐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 측은 “지난밤 미국 토론회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다”면서도 메르켈 총리가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세부적으로 말하길 거부했다. 메르켈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사이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AP가 전한 해외에서 본 미 대선토론에 관한 반응은 더 직설적이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국제연구대학원의 주시 하나마키 교수(세계사)는 “내가 본 여러 유럽 매체의 논평은 기본적으로 ‘올해 나는 미국 유권자가 아니어서 행복하다’라는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미국은 민주주의의 상징이라고 생각한 많은 유럽인에게 극도로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도 페이스북에 “끼어들기와 말싸움이 난무했다”면서 “다행히 덴마크의 사례가 아니다. 결코 저렇게 되길 원하지 않는다. 거친 말은 (국가를) 양극화하고 분열시킨다”고 평가했다.

아랍에미리트의 정치학자 압둘칼렉 압둘라는 트위터에 “미국 정치의 쇠퇴가 어떻게 이 지경까지 왔나”라고 썼다고 AP는 전했다.

중국에서도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의 편집장은 이 매체의 공식블로그에 “미국 정치의 TV토론에 대해 감탄하곤 했는데 다시 보니 훨씬 복잡한 감정이 생긴다”며 “내 눈엔 미국의 전체적인 이미지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고 썼다. 미 언론도 부끄러워 하는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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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을 35일 앞두고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진행된 1차TV토론이 난장판 수준으로 끝난 것을 비판하는 주요 언론의 신문 1면 모음


미 대선토론이 낙제점을 받은 건 트럼프 대통령이 토론 규칙을 무시한 채 말끊기를 지속하고, 이에 격앙된 바이든 후보가 “입 닥치라”고 하는 등 난장판으로 변질해서다. 선거 결과를 놓고도 트럼프 대통령이 승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토론 막판에 시사한 것도 최악의 토론라는 평가가 나오는 데 기여했다.

주요 언론도 부끄러운 토론이었다는 판단을 내렸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1면에서 ‘트럼프의 방해가 1차 토론을 극도의 혼란으로 만들었다’라는 제목으로 다뤘다. 시카고선타임스는 토론이 낭패였다고 평가했다. 끼어들기와 모욕이 토론을 망쳤다고 조명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대통령 정치의 새로운 최저점을 찍었고, 국가적 수치에서 최고점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USA투데이의 질 로런스 칼럼니스트는 트윗에 “1988년부터 대통령 선거전을 담당했는데 이번은 이제까지 최저점”이라며 “클리블랜드(1차 토론회 개최 지역)에서 펼쳐진 고통스러운 광경을 표현할 말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토론, 그만하라”…주최측 “규칙 위반 땐 마이크 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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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미니애폴리스 세인트폴국제공항에 도착해 지지자들에게 손짓을 하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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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적 망신이 돼버린 대선토론을 두고 향후 토론 일정을 취소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USA투데이 질 로런스 칼럼니스트는 토론 관련, “한 번이면 족하다. 멈춰달라”는 제목의 글을 이날 오피니언란에 썼다. 바이든 후보가 노망나지 않았고, 미국을 정상으로 돌려놓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면서다. USA투데이는 이 칼럼니스트가 중도좌파 성향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성향의 인사들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남은 두 차례 토론(10월 15일·22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트위터에 다음 토론을 위한 제언으로 사회자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마이크를 끌 수 있는 권한을 주거나 그래도 입을 다물지 않으면 아크릴수지로 된 투명 원뿔을 씌워야 한다고 썼다.

대혼란을 만든 장본인인 각 후보의 반응은 천양지차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 생각에 바이든은 매우 약했고 투덜거리고 있었다”며 “내가 본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토론회를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현재까지 공표된 CNN과 CBS 등 2곳의 조사에선 바이든 후보가 승리한 걸로 나온 것과 다르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폭스비즈니스에 나와 “트럼프 대통령은 토론 이후 기분이 매우 좋은 상태”라며 “그는 미국인이 보길 원하는 싸움을 일으켜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미디어가 하지 않는 방식으로 바이든을 시험했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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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선후보가 30일(현지시간) 피츠버그역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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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후보는 이날 오하이오주 선거유세에서 “나는 단지 대선토론위원회(CPD)가 방해 없이 질문에 답변할 능력을 통제할 방법이 있기를 바란다”며 “2차·3차 토론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추측하진 않겠지만 나는 이를 고대하고 있다”고 참여의사를 밝혔다. 이어 “나는 단지 미국인과 부동층 유권자들이 우리 각자가 그들의 걱정에 대해 어떤 답을 갖고 있는지 판단하려 하고 있고, 우리가 실질적으로 대답할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토론에 대한 비판이 비등하자 CPD는 후보간 질서 있는 토론이 진행되도록 형식을 변경, 머지않아 조치들을 발표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CBS는 이와 관련, 후보자가 토론 규칙을 위반하면 마이크를 끄는 걸 포함한 새로운 엄격한 규칙을 CPD가 발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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