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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내 차가 마트에? 제대한 아들이 끌고 간 걸, 주차장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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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3,000곳 주차시스템 운영하는 파킹클라우드
8,000개 컴퓨터가 모은 빅데이터로 실시간 관리
"7월 도입한 홀로그램 새 번호판도 100% 인식"
한국일보

지난달 22일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위치한 파킹클라우드 본사 내 통합관제센터로, 직원이 전국 주차장에 설치된 CCTV를 통해 주차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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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차가 왜 마트 주차장에 있다고 뜨죠?"

7월 중순 어느 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위치한 '파킹클라우드' 통합관제시스템에는 50대 남성 A씨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서울 목동에 거주하는 A씨는 전날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해 놓은 승용차가 갑자기 인근 대형마트 지하 주차장에 주차됐다는 알림 문자를 받았다고 했다. 자신은 지금 서울 강남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고. 집에는 차를 쓸 사람이 없다며 '시스템 오류'가 아니냐고 따졌다.

파킹클라우드 상담원은 사실 관계를 알아보겠다며 일단 A씨의 전화를 끊었다. 5분 뒤 상담원이 전화를 걸어, A씨의 차가 마트 지하 주차장에 주차 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차에는 이상이 없다고 하자 A씨는 안심했다.

A씨가 받은 알림 문자는 외부에서 포털사이트에 로그인을 하면 휴대폰으로 접속 기록 문자가 오는 것과 같은 시스템이다. 나의 재산이나 정보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보안에 문제가 없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렇다면 만지지도 않은 차가 왜 엉뚱한 장소로 갔을까. 자초지종은 이랬다. 이날은 A씨의 아들 B씨가 군대에서 제대한 날이었다. 집으로 복귀한 B씨는 들뜬 마음에 아버지 차를 타고 나갔고, 친구들과 파티를 하기 위해 장을 보려고 마트에 들렀던 것이었다.

다른 주차장에 입차됐다는 알림 문자가 없었다면 A씨는 경찰에 차량 도난 신고를 했을지도 모른다. 아들 B씨가 A씨 귀가 전까지 차를 원래 위치에 갖다 놨다면 B씨의 운전은 완전 범죄(?)가 됐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첩보 영화서 보는 관제실, 주차의 모든 것 실시간 처리

한국일보

서울 영등포구 파킹클라우드 본사 내 통합관제센터. 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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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실시간으로 자신의 차량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던 건 파킹클라우드가 구현한 무인주차 시스템 '아이파킹' 덕분이다. 아이파킹은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을 통해 주차장 및 주차 차량을 관리하는 서비스다.

AI 시대가 되면서 주차장도 무인시스템 영역으로 들어왔다. 작은 사무실을 들락거리는 관리인이 오래된 수첩에 손으로 차량 번호를 적고 현금을 받아가는 모습이 우리가 떠오리는 주차장이다.

그러나 이제 주차 관리인은 필요 없는 세상이 됐다. 파킹클라우드는 전국에 구축한 네트워크를 통해 원격으로 주차장을 운영하고, 차주는 휴대폰으로 주차비 결제나 주차 기록 등 관련 정보를 언제든 확인할 수 있다. 파킹클라우드는 현재 전국 3,050개의 무인주차장을 운영하며 서비스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지난달 22일 양평동에 위치한 파킹클라우드 본사를 찾았다. 본사에 들어가자마자 아이파킹의 중추인 통합관제시스템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관제 시스템은 영화ㆍ드라마에 등장하는 경찰청 종합교통정보센터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앞 벽면 전체를 덮은 대형 스크린에는 80대 넘는 화면이 쉴 새 없이 돌아갔다. 직원 50여명이 스크린을 보며 불만 접수가 신고된 지역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했다. 이들은 10초에 90통이 넘는 주차 민원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었다.

이곳은 주차된 차량에 이상이 없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긴급 호출을 보내는 파킹클라우드의 지휘소다. 24시간 365일 운영되는 이 곳은, 전국 아이파킹 주차장에 설치된 컴퓨터를 통해 들어오는 정보를 한꺼번에 관리한다. 각 주차장에 설치된 컴퓨터는 2ㆍ3대로, 전국에 깔린 아이파킹 컴퓨터가 8,000대가 넘는다.

추석 연휴 맞춰 쇼핑몰 등 랜드마크 모니터링 집중 훈련

한국일보

파킹클라우드가 개발한 주차 정산 기기 '아이봇'. 파킹클라우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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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설립된 파킹클라우드는 국내 최초 빅데이터를 활용한 무인주차 시스템으로 세를 빠르게 넓혀 가고 있다. 2015년 부산에 '아이파킹존' 1호점을 연 이후 6년 만에 주차장 3,000곳을 넘는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와 광화문 교보문고, 영등포 타임스퀘어, 부산 해운대 엘시티, 경기 일산 킨텍스 등 전국 랜드마크라면 아이파킹존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올 연말이면 3,500호점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파킹에 주차되는 차량 대수는 하루 평균 85만대(6월 기준)이며, 누적 주차 대수는 이미 5억대를 넘어섰다.

파킹클라우드는 교통량이 늘어나는 추석 연휴에 맞춰 나름의 시뮬레이션도 진행했다. 추석에는 도심의 대형마트나 쇼핑몰을 드나드는 차가 급증하는 만큼, 사람이 많이 몰리는 시설을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쇼핑몰 전용 원격주차요원을 배치해 서비스의 오차가 없도록 집중 훈련도 진행했다.

새 번호판 인식률, 도입 전부터 '100% 기록'

한국일보

기존 번호판(가운데)과 7월부터 도입된 신규 번호판(위·아래). 파킹클라우드는 신규 번호판 판독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여러 형태의 차량 번호판을 이용해 시뮬레이션을 실시해 왔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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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파킹의 핵심 기술은 번호판 판독에 있다. 번호판을 제대로 인식해야만 차량 위치는 물론 각종 서비스를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7월부터 새로운 번호판이 도입되면서 파킹클라우드는 올 초부터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새 번호판은 '재귀반사식'으로, 태극 문양과 국가명 영문 표기인 'KOR'이 적힌 파란색 띠가 맨 왼쪽에 들어간다. 파란 띠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홀로그램 무늬가 적용된다. 번호판 위조를 막기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채택하는 방식이다. 컴퓨터가 기존 숫자는 물론 홀로그램도 인식해야만 번호판을 읽을 수 있다.

문제는 파란 띠를 정확히 인식하느냐였다. 번호판은 카메라 위치에서 최대 60도까지 볼 수 있는데, 초기엔 60도 각도에서 보면 막대기나 숫자 '1'로 읽혔다. 이를 극복하고자 가상화 기술을 이용해 수천개의 번호판을 만들어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특정 숫자를 가리거나 찌그러진 번호판을 여러 형태로 만들었고, 검증 절차도 3차로 늘려 오독률을 낮췄다. 그 결과 6월 조달청이 실시한 신규 번호판 인식 테스트에서 '인식률 100%'란 결과를 받았다.
한국일보

이경우 파킹클라우드 고객서비스(CS)연구팀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영등포구 본사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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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 방침이 회원의 불편사항을 즉시 처리하는데 맞춰져 있다보니 소비자의 민원이 시스템 개선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다. 이경우 고객서비스(CS) 운영팀장은 대표적으로 주차 요금을 후불 처리하는 '미납 출차 시스템'을 꼽았다.

그는 "주차비 정산은 카드 결제가 원칙이지만, 갑자기 카드를 잃어버려 현금 계좌이체를 원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며 "이런 고객들을 위해 현장에서 가상계좌를 안내하고 그 곳에 주차비를 내게 하는 후불제 서비스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기술은 2015년에 특허까지 받았다.

언택트 시대 맞춘 '비대면 기술 개발'도 착착

한국일보

이상민 파킹클라우드 연구개발(RD) 이사가 지난달 22일 서울 영등포구 본사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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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킹클라우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시대 변화에 맞춰 '언택트(비대면)' 서비스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데, 요즘은 음성만으로 출차 등록을 완료하는 '언택트 키오스크(무인종합정보안내시스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차 주인이 미리 등록해 둔 자신의 목소리로 주차 기기에 차량 번호를 말하면 차를 찾을 수 있는 기술이다. 이를 위해 KT의 스마트 스피커 '기가지니' 기술이 적용됐고, 파킹클라우드는 올 초부터 KT AI사업팀과 협업해 왔다.

7월부터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시범 운영하며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이상민 연구개발(R&D) 이사는 "코로나19로 엘리베이터 버튼도 안 만지려는 언택트 시대가 왔다"라며 "주차도 마찬가지로 이제는 소비자가 스크린을 건드리지 않고 목소리만으로 차를 찾고 주차비까지 결제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킹클라우드는 연말에 서울 시내 금융가에도 언택트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등 해당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언택트 키오스크보다 한 단계 더 발전된 기술도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번호판이 '신용카드'가 돼 차 안에서 주차비를 결제하는 기술이다. 볼 일을 마친 뒤 별도의 정산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주차장을 나가기만 하면 주차비가 자동 결제 되는 '차량 내 간편 결제 시스템(인 카 페이먼트)'을 개발한 것. 주차기기에 서 있지 않고 주차장을 그냥 빠져나가도 되는 시대를 연 것이다.

이 서비스는 올 초 출시된 '제네시스 GV80'을 시작으로 현대ㆍ기아자동차 신차 고객 중 내비게이션을 옵션으로 선택한 이들은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이 이사는 "이 기술이 발전하면 주유비나 세차비, 전기차 충전 비용도 모두 비대면으로 결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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