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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이슈 동학개미들의 주식 열풍

수수료 독점하는 거래소, 동학개미덕에 수입 사상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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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월 주식 거래수수료 1800억원 돌파
8월 한달만 335억원까지 급증, 사상 최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주식 거래수수료로 거둬들인 한국거래소의 수입이 1800억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간(1~12월) 전체 수수료 수입 보다 60%이상 늘어난 수치다. 8월 한달 동안 거둬들인 수수료 수입은 월별 기준으로 2005년 거래소 출범 이후 가장 많은 335억원을 기록했다. 올 들어 주식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이 크게 늘면서 거래소의 수수료 수입도 급증한 것이다.

거래소는 이렇게 수수료 수입이 크게 늘자 이례적으로 지난 9월 14일부터 연말까지 3.5개월 동안 거래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지만 개인투자자가 많이 늘어 수수료수입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여서 거래수수료율을 더 낮춰도 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조선비즈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8월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K뉴딜위원회 뉴딜펀드 현장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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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국민의힘 이영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의 올해 1월부터 8월까지의 주식거래 수수료 수입은 1852억원이다. 한국거래소는 증권회사 등 회원사를 관리한다는 명분(자본시장법 회원관리규정)으로 모든 주식 거래대금의 0.0027%를 수수료로 떼어간다.

올해 8월까지 수수료 수입은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해 연간 전체 수수료 수입은 1140억원이었는데 8월까지 수수료 수입이 이보다 712억원(62.4%) 많다. 2005년 거래소 출범 이후로도 거래수수료 수입이 2071억원을 기록했던 2007년 이후 역대 두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최근 4년(2016~19년)간 거래소 주식 거래수수료는 연 1000억~1500억원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 2016년 1058억원으로 1000억원을 넘었고 2017년에는 1191억원이 됐다. 2018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1524억원, 1140억원을 기록했다. 4년간 월평균 기준으로보면 매달 거래수수료가 102억원 가량 걷혔다.

매달 100억원 안팎으로 들어오던 거래수수료는 올해 들어 급증했다. 1월 128억원을 기록했고 2월에는 153억원이 됐다. 국내 증시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크게 하락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몰렸던 3월부터는 거래수수료 수입이 더 가파르게 늘었다. 거래수수료 수입은 3월 220억원을 기록했고 4월(225억원), 5월(208억원), 6월(286억원), 7월(297억원)에도 200억원을 훌쩍 넘었다. 8월에는 335억원으로 300억원을 돌파해 월별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수수료가 걷혔다.

이렇게 수수료 수입이 급증하자 한국거래소는 지난 9월 14일 거래수수료를 연말까지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한국거래소가 3개월 이상 거래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한 것은 2005년 거래소 출범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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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김란희



거래소가 거래수수료 수입 급증에 당황하며 3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면제를 결정한 것은 과거에도 거래수수료 수입이 너무 많고 독점적으로 수수료를 부과한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2012년 감사원이 공개한 ‘증권시장 운영 및 감독실태 처리안’에 따르면 감사원은 2010년 3월 금융위원회에 거래소가 최저보장 영업수익을 초과할 경우 수수료를 면제하거나 수수료율을 낮추는 통제방안을 마련하라고 했지만 금융위는 이듬해 10월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거래소 수수료율을 정하는 금융위 시장효율화위원회에 대해 "적극적으로 거래소와 예탁결제원의 수수료를 인하하거나 과도한 수수료 징수를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유사업종인 증권·선물업은 최근 3년(2008~10년) 평균영업이익률은 6.06%에 불과한데도 거래소와 결제원은 최근 3년 평균영업이익률은 각각 34.4%, 40.1%로 증권·선물업보다 약 5~6배 이상 높은 실정"이라고 했다. 거래소가 폭리를 취하고 있고 주무부처인 금융위는 제대로 된 통제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거래소는 2005년 출범 이후 5차례에 걸쳐 거래수수료를 낮췄다. 감사원 등 기관과 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거래수수료 인하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공공기관에서 해제된 거래소가 독점적으로 거래 수수료를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동학개미운동으로 거래대금과 거래량이 증가해 거래소 수수료 수입도 늘어난 만큼 조금 더 수수료율을 인하해 투자자들의 거래비용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지난 8월 중순부터 수수료가 너무 많이 걷혀 내부적으로 고민이 있어 면제해주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고 9월부터 면제를 시행했다"며 "앞으로도 해외 거래소에 견줘 가장 낮은 수준의 수수료율을 적용해 투자자들의 거래비용 절감 노력을 할 것"이라고 했다.

정해용 기자(jh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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