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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2020 미국 대선

트럼프는 대화·바이든은 압박 방점… 대북정책 ‘극과 극’ [美 대선 한 달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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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트럼프·바이든 한반도정책 분석

트럼프 당선 땐 주한미군 철수 카드

조기에 북·미정상회담 추진할 수도

바이든 “김정은 포용 않을 것” 선언

제재 강화로 북·미관계 경색 불가피

세계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제1차 TV 토론회에서 논쟁하고 있다. 이날 토론 이후 이틀간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후보가 53%의 지지율로 트럼프 대통령(39%)을 14%포인트 앞서며 여론조사가 진행된 후 가장 큰 격차를 보였다. 이 조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이전에 이루어졌다. 클리블랜드=UPI연합뉴스


미국 조야는 11·3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중 누가 이기든 한반도의 안보지형에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한반도 정세 변화의 열쇠는 여전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움켜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트럼프나 바이든과 협상을 통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미국 조야의 판단이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능력을 증강하면서 한반도의 안보를 위협할 때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은 군사옵션이다. 한국은 대북 군사옵션에 결코 동의할 수 없고, 북한이 군사적으로 먼저 도발하지 않는 한 미국의 차기 정부가 군사작전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트럼프나 바이든은 협상이나 군사옵션 중 어느 쪽도 선택할 수 없는 딜레마 속에서 점증할 북한의 도발을 관리해야 하는 난제를 안게 된다.

그렇지만 트럼프와 바이든이 한반도의 안보 정세를 관리하는 접근 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대화와 협상에, 바이든은 대북 제재와 압박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북한은 바이든보다는 트럼프가 승리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감염으로 입원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위로문에서 “하루빨리 완쾌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했다. 그의 말은 ‘진심’이라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코로나19 감염과 입원은 한반도의 안보지형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김 위원장을 끌어들여 ‘옥토버 서프라이즈’를 시도할 가능성이 사라졌다. 한국 정부가 군불을 지폈던 깜짝 종전선언이나 북·미 정상회담은 물 건너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달 초로 예정된 방한 일정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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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세계일보 자료사진


북한은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기대를 걸고 미 대선 때까지는 도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수미 테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미국 대선의 해에는 핵과 미사일로 도발을 해왔으나 대선 전에는 트럼프와의 딜에 미련을 버리지 못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또는 추가 핵 실험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리 연구원은 “북한이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집권 2기에 어떻게 나올지 관망 모드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이기면 조기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평화 분야에서 성공했고, 그 여세를 몰아 북한 문제에서도 외교적 성과를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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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클리블랜드=AP연합뉴스


차 석좌는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해도 민주당이 하원에 이어 상원의 다수당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정국 구도에서 국내 정책보다 북한 등 대외 분야에서 뭔가 보여줄 것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입원한 이후 바이든 후보와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북한은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 바이든 집권에 따른 대응책을 강구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은 상원 외교위원장을 거쳐 부통령직을 8년 동안 수행한 외교분야 전문가이고, 북한 문제에도 정통하다. 바이든은 트럼프와 달리 북한과 김 위원장에 대한 ‘환상’이 없다. 바이든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강경론을 줄곧 견지해 왔다. 북한도 바이든에 막말을 퍼부으며 신경전을 계속했다.

바이든은 지난해 11월 16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김 위원장을 ‘살인적인 독재자’로 규정하고, 2020년 대선에서 당선되면 그를 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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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은 북한이 이틀 전 자신을 겨냥해 ‘미친개는 한시바삐 몽둥이로 때려잡아야 한다’고 공격하자 반격을 가했다. 바이든은 이어 “바이든 정부에서는 어떠한 러브 레터도 없을 것이고, 내가 최고사령관이 되면 적성국들은 미국이 독재자들을 끌어안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2000년 상원의원 시절에는 북한 핵·미사일 폭격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바이든이 당선되면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강화하면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려 한 버락 오바마 정부 당시의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 전략적 인내 정책은 오바마 정부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이지만 현실적으로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북·미 대화를 추진하되,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 방식 북·미 정상회담을 유보한 채 실무자 간 협상에 주력하는 ‘바텀 업’ 협상을 할 것으로 보인다.

테리 연구원은 “바이든이 당선되면 북한은 대선이 끝난 직후부터 도발을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이 내년 1월 20일 미국의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대규모 도발을 통해 몸값을 한껏 올려놓으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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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그랜드래피즈=AFP연합뉴스


트럼프가 재선하면 한·미관계가 격랑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 카드로 한국이 주한미군방위비분담금을 파격적으로 올리도록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동맹 복원’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고, 한·미관계를 강화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 정세에서 미·중 신냉전 기류는 중요한 변수로 남아 있다. 트럼프나 바이든 중 누가 승리해도 미국의 대중 강경노선을 견지할 것이고,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사태가 올 수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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