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깜짝 외출’은 퇴원 요구 달래기 위한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으로 군 병원에 입원한지 3일만인 5일(현지시간) 오후 퇴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트위터를 통해 “나는 오늘 오후 6시30분 이 훌륭한 월터 리드 군병원을 떠날 예정”이라고 밝혔고, 예고한 시간이 조금 넘은 오후 6시50분쯤 헬기를 통해 백악관에 도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사우스론 측 입구에 서서 마스크를 벗고 헬기를 향해 두 차례 경례하고,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엄지를 들어보인 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대선 유세 일정을 재개할 것이라고 캠프 측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정말 상태가 좋다”며 “코로나19를 두려워하지 말라. 이것이 당신의 삶을 지배하도록 하지 말라”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는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정말 훌륭한 약과 지식을 개발했다”며 “나는 20년 전보다 더 상태가 좋아졌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의료진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위험한 상황을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라면서도 퇴원에 필요한 기준을 충족했거나 넘어섰다고 밝혔다. 아울러 백악관에서 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군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의료팀은 트럼프 대통령이 호흡기와 관련해 어떤 문제도 없고, 최근 72시간 이상 열이 없었고 산소포화도 수준도 정상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일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새벽 트위터를 통해 이 사실을 알린 뒤 월터 리드 군병원에 입원했다.
미 언론은 이미 21만명이 숨지고 750만명이 확진된 상황에 최고의 치료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의 메시지를 던진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대통령은 미국에서 대다수가 이용할 수 없는 의료 자원에 접근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리제네론사(社) 항체치료제를 쓰고 있는데 그 치료법은 대중이 이용할 수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입원 중인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월터 리드 군 병원에서 4일(현지시간) 숀 콘리 대통령 주치의가 취재진에게 트럼프의 건강 상태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베데스다 AP=연합뉴스 |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퇴원이 정상적인 절차를 따른 것인지를 놓고 ‘갑론을박’을 이어갔다. 대선이 한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지지율에서 크게 뒤진 상황에 조급한 마음에 퇴원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 참모진이 이날 오전까지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퇴원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퇴원을 요구했지만 참모들은 상태가 악화해 재입원하면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전날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퇴원을 요구했고 결국 ‘깜짝 외출’로 타협이 이뤄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병원을 지겨워했고, 입원이 길어지면 약하게 보일까봐 걱정했다는 소식통 전언도 이어지고 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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