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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트럼프 “경기부양안 협상 중단”…보수층 결집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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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선서 이긴 뒤 대규모 부양안 통과시킬 것”

공화당에 “배럿 연방대법관 인준 절차에 집중” 지시

대선앞 보수 결집 주력…‘대선 뒤 더 큰 돈’ 유혹

증시 하락…민주당 “트럼프, 자기만 최우선” 반발


한겨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시각) 월터 리드 군병원에서 퇴원해 백악관으로 복귀한 뒤 발언하고 있는 모습. 워싱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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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감염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병원에서 퇴원한 지 하루 만에 ‘난폭 운전’을 시작했다. 그는 6일(현지시각) 민주당과의 코로나19 지원 추가 경기부양안 협상을 갑작스레 중단시키고, 공화당에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인준에 주력할 것을 주문했다. 대선(11월3일)을 앞두고 코로나19 여파로 국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묵살한 채 민주당과의 전선을 명확히 하면서 보수층 결집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이날 트위터에 “나는 내 대표단에 (경기부양안) 협상을 대선 이후까지 중단하라고 지시했다”며 “내가 승리한 직후 우리는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과 소상공인에 초점을 맞춘 대규모 경기부양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단 지시를 내린 이유로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에 화살을 돌렸다. 트럼프는 민주당이 경기부양안에 민주당 주지사들이 이끄는 주들을 구제하기 위한 2조4000억 달러를 포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펠로시는 협상에 선의로 임하고 있지 않다”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경기부양안 대신 새 연방대법관 지명자에 대한 상원의 인준 절차에 주력해줄 것으로 공화당 지도부에 당부했다. 트럼프는 “나는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매코넬에게 시간을 끌지 말고 나의 놀라운 연방대법관 지명자 에이미 코니 배럿 지명에 전적으로 집중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을 탓하며 경기부양안을 연기하고, 배럿 대법관을 대선 전 임명까지 마치는 데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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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지난 1일(현지시각)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주간 브리핑을 하는 모습. 워싱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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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부양안 협상 중단 지시는 그가 며칠 전까지 보여온 태도와 다르다. 그는 지난 2일 월터 리드 군병원에 입원한 뒤에도 트위터에 “우리 위대한 미국은 경기부양책을 원하고 그것이 필요하다. 힘을 합쳐서 해내자”라고 촉구했다. 증시에도 악재로 작용했다. 상승세를 보이던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트럼프의 트위트 직후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34% 떨어진 2만7772.76에 거래를 마감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40%, 나스닥 지수는 1.57% 하락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도 이날 트럼프가 트위트를 올리기 전 전미실물경제협회 강연에서 의회가 경기부양책을 신속히 처리하지 않으면 경제에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한 터였다. 코로나19의 타격으로 일자리를 잃고 가게 문을 닫은 수많은 미국인들의 시름도 깊어질 수밖에 없어, 트럼프에게는 자칫 자충수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입장에서는 나름의 승부수일 수도 있다. 그가 이같은 결정을 한 것은, 대선 전에 돈을 푸는 것보다는 ‘내가 대선에서 이기면 더 많이 줄 것’이라는 신호를 보냄으로서 대선과 경기부양책을 연계하는 게 더 낫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고 <더 힐>은 짚었다. 또한 대선 전에 연방대법원 대법관 구성을 보수 6명, 진보 3명으로 확실한 보수 우위로 바꿔놓는 것은 보수층이 반기는 일이다. 매코넬은 기자들에게 “그(트럼프)는 민주당이 (경기부양안 협상에서) 결과를 내려 할 것 같지 않고, 우리는 성취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 같다”며 트럼프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공화당은 오는 12일부터 배럿 지명자에 대한 상원 청문회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펠로시는 성명을 내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또 다시 그의 진짜 색깔을 보여줬다. 바로 공화당 의원들의 전적인 공모에 힘입어, 나라를 희생시켜가면서 자신을 최우선에 둔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트럼프는 바이러스를 물리칠 생각이 없다”며 “가여운 어린이들과 실업자들, 미국의 열심히 일하는 가족들에게 진정한 지원을 하기를 거부한다”고 비난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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