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건설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주요 공약과 당선 가능성을 놓고 득실을 저울질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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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분야와 관련 있는 공약을 보면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미국의 노후 인프라 개선을 위해 1조 달러(약 1160조6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맞서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청정(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1조3000억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인프라 투자를 강조해 왔으나 시행은 미흡했던 게 사실"이라면서 "미국 인프라 노후화가 상당히 진행된 데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제 상황이 악화한 상황에서 전통 인프라 산업 확대는 고용 유발 효과가 높아 재선 시에는 이를 실행 가능성 높아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어 "바이든 후보도 인프라 투자를 지지하고 있고 청정 에너지 경제를 위한 철도 시스템 전기화, 스마트시티 건설 등 인프라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가 당선됐을 경우 진행될 인프라 투자는 국내 건설업계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인프라 사업에 참여한 예가 많지 않아서다. 국내 건설업계 입장에선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경우 변화가 요구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후보는 환경영향평가를 축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바이든 후보는 ‘이산화배출량 제로(0)’를 선언했다. 바이든 정권이 들어설 경우 한국도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넷 제로(Net zero)’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탄소 배출권 가격이 상승하고 각국 정부가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기조를 전환하게 되는 것이고, 이는 곧 전통에너지 기반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렇게 되면 한국 건설업계에는 기본적으로 악재다. 한국 건설사의 핵심 먹거리인 해외 수주는 주로 석유나 가스를 원료로 하는 정유, 석유화학 플랜트와 석탄 및 복합 화력 발전소에 집중돼 있다. 이미 이 분야 해외 수주 가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 상황이 될 수 있는 것.
에너지 정책에 따라 출렁일 ‘유가’도 민감한 문제다. 특히 친환경 에너지가 확산할 경우 유가에는 하방 압력인데, 이럴 경우 한국에는 악재일 가능성이 크다. 산유국의 재정균형 유가가 국제유가보다 낮을 경우 재정 수입이 악화하기 때문에 해당 국가들이 지출을 줄이면서 건설 투자도 줄이기 때문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기회 요인에 주목하기도 한다. 최근 주요 건설기업들이 잇따라 신재생에너지나 수처리 시설 등 친환경 사업을 새로 추진하거나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어서다. 바이든이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한국 기업들의 친환경 에너지 사업 성장 기회가 커질 수 있다.
외교정책 영향도 관심사다. 미국의 중동 국가에 대한 외교 정책의 향방이 특히 그렇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달 19일(현지시각) 유엔 안보리 이사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란에 대한 유엔 제재의 복원을 일방적으로 선언해 긴장감을 높인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 체제가 이어지면 이란 제재 정책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이란 핵 협정을 재협상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이란 제재가 일부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있다.
실제 미국의 이란 제재의 여파로 우리 건설사가 수주한 조 단위에 이르는 이란 내 공사 계약이 파기된 바 있다. 대림산업은 2017년 이란 정유회사에서 수주한 2조2000억원짜리 공사 계약을 2018년 6월 해지했다. 미국의 이란 제재 여파로 금융 조달에 실패한 게 문제였다.
국내 한 건설사 관계자는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중동 내 주변 지역으로 번지는 것도 우려된다"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이라크, 카타르 등 중동 지역 내 사업 수주 계획에 불똥이 튈 경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사실상 해외사업장이 모두 멈춘 상태이고, 신규 발주도 없어 우려가 크다"면서 "미국과 중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SOC사업 등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거나 규제를 완화한다면 우리 정부도 적극적으로 따라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변화의 기대감도 있다"고 말했다.
허지윤 기자(jjy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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