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2차 토론을 앞두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 AP연합뉴스 |
오는 15일(현지시간) 예정된 미국 대선 2차 TV토론이 무산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미 대선토론위원회(CPD)가 2차 TV토론을 화상으로 열겠다고 발표하면서다.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화상 방식에 반발하면서 연기를 주장했지만,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측은 일정 변경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미 대선 토론은 보통 3차례 진행된다. 1차 토론은 지난달 29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렸다. 하지만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치료를 받아왔다. 바이든 후보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음성 판정을 받기 전에는 만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2차 TV토론은 화상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CPD는 8일 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화상 토론 불참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날 폭스비즈니스뉴스에 전화로 출연해 “내가 전염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화상 토론을 하면 “그들이 원할 때 언제라도 차단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토론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공화당 내에서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부통령에 10%포인트 가까이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 위험으로 대규모 유세마저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TV토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율 만회를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미 의회전문지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TV토론은 지지율을 올릴 수 있는 마지막 ‘사과 한 입’이었다”면서 “‘거래의 기술’ 저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정작 거래에 쓸 ‘지렛대’가 없는 상황”이라고 묘사했다.
바이든 캠프는 15일 화상 토론에 찬성하면서 대신 22일 마지막 토론을 타운홀 방식으로 할 것을 제안했다. 트럼프 캠프는 22일에 타운홀 형식의 토론에 참여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캠프의 의도는 15일 토론을 22일로 미루면서 대면 토론으로 진행하고, 당초 잡혔던 22일 토론을 29일에 하자는 것이었다. 결국 2차·3차 토론을 각각 일주일씩 늦춰서 대면으로 하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인 빌 스테피언은 성명에서 “화상 토론은 애당초 가능성이 없었다. 유권자는 실패한 바이든의 지도력에 대해 직접 질문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며 22일·29일 토론 개최를 거론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바이든 캠프는 토론을 일주일씩 미루자는 제안을 즉각 거부했다.
양측의 신경전으로 남은 두 TV토론 진행여부마저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CPD가 15일 2차 토론을 화상으로 열기로 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일단 그날 토론은 무산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22일 3차 토론은 양 캠프 모두 대면 토론에 긍정적이라 열릴 가능성이 크지만, 트럼프 캠프 측이 이후 한 차례 더 토론을 주장하고 있어 이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모든 토론 자체가 열리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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