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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트럼프, 코로나 확진 뒤 첫 공개 행사…백악관에 수백명 초청해 유세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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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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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처음으로 워싱턴 백악관에서 공식 행사를 열어 블루룸 발코니에서 청중들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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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코로나19 감염 이후 처음으로 워싱턴 백악관에서 수백명의 대중이 참석한 공개 행사를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2일 군병원에 입원했다 지난 5일 퇴원했다. 백악관 행사로 선거운동 복귀를 알린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주에 사흘 연속 지방 유세 일정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는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중 앞에 복귀함에 따라 그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백악관에서 사실상 선거 유세 행사를 개최함으로써 공과 사의 구분을 또다시 무너뜨렸다는 비판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법과 질서를 위한 평화적 시위’라는 명칭의 행사를 진행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과 거리를 두기 위해 ‘블루룸 발코니’에 서서 ‘사우스론’에 모인 군중들을 향해 15분 가량 연설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복 차림에 마스크를 쓰고 등장해 마스크를 벗은 다음 “기분이 좋다”면서 연설을 시작했다. 백악관 공동취재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스크를 벗는 순간을 찍은 사진을 보면 그의 오른손 손등에서 반창고가 붙어 있는 것이 보인다면서 정맥주사를 맞은 자국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법과 질서’를 강조하면서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주요 지지층인 흑인과 라틴계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략하는 데 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흑인과 히스패닉 미국인들의 집과 교회, 상점들이 약탈당했다. 그것들은 좌파 광신도, 완전히 나쁜 사람들에 의해 파괴되고 불에 탔다”면서 “그들은 무슨 짓을 하는지 안다. 그런데도 바이든은 그들을 ‘평화적 시위대’라고 즐겨 부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흑인과 라틴계 미국인들은 급진적 사회주의 좌파를 거부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법과 질서를 원한다. 우리는 법과 질서, 그리고 친미국적인 아젠다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미국의 거의 모든 도심 지역을 통치해왔지만 재앙과 가난, 어려움만을 가져왔다면서 “졸린 조 바이든은 흑인과 라틴계 미국인을 배신했다. 그가 이 나라를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집권하면 경찰 예산 삭감을 삭감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이라면서 바이든 전 부통령은 3억달러를 지역 경찰 예산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가 도래하기 전 흑인과 유색인종의 실업률이 최저를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흑인과 유색인종을 위한 공약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흑인과 라틴계 공동체에 더 많은 경제적 기회와 안전, 공평함 등을 약속하는 공약인 ‘플래티넘 플랜’을 발표한 바 있다. 플래티넘 플랜에는 1865년 6월 19일 텍사스주가 노예를 해방시킨 날을 기념하는 날로서 흑인 노예 해방의 상징적인 날인 ‘준틴스 데이(Juneteenth Day)’를 연방 기념일로 지정하고, 백인 우월주의 극우 비밀 단체인 ‘쿠클럭스클랜(Ku Klux Klan·KKK)’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하는 내용도 담겼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이브러햄 링컨 이후 그 어떤 대통령보다 흑인 공동체를 위해 많은 것을 했다”면서 “누구도 이를 부인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행사는 유색인종의 민주당 탈당을 유도·지원하는 단체 ‘블렉시트(BLEXIT)’를 이끄는 보수 활동가 캔디스 오웬스 주도로 준비됐다. 다만 흑인·유색인종 표심을 공략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연설 내용은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에 공감하지 않는 교외 거주 백인층을 겨냥한 것처럼 보였다고 CNN방송은 지적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이후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최초로 대중 앞에 등장한 이번 행사는 시작 전부터 많은 논란을 낳았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아직 코로나19에서 완치됐는지 불분명한데다 야외이긴 하지만 많은 군중이 모인 행사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가이드라인은 코로나19 경증 환자의 경우 최초 증상을 느낀 날로부터 최소 열흘 간 격리돼야 하며, 증상이 더 심한 경우 최소 20일 간 격리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개최한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후보자 지명식이 코로나19 ‘슈퍼 전파 행사’로 지목된 상태다. 미국 언론들은 당초 이번 행사에 2000명이 초대됐지만 실제 참석자는 수백명이었다고 전했다. 참석자들은 마스크 착용 권고를 받았고, 코로나19 감염 의심자를 걸러내기 위해 체온을 점검했지만 물리적 거리두기는 이뤄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지지자들을 불러들여 사실상 선거 유세 연설을 한 것은 연방정부 예산으로 공무를 수행하는 공직자가 정치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법인 ‘해치법’을 위반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공화당 전당대회 당시 후보수락 연설을 백악관에서 함으로써 현직 대통령이 정부 소유 자신을 개인의 정치 활동의 공간으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오랜 관행을 깨트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저드 디어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행사가 ‘공식행사’로서 백악관이 직접 주관했으며 트럼프 대통령 선거 캠프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치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백악관 행사로 선거운동 복귀를 알린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2일 플로리다주 올랜도를 방문할 예정이다. 또한 그는 13일 펜실베이니아주 존스타운, 14일 아이오와주 디모인을 각각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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