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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이재명 지사 대법원 판결

[SPECIAL REPORT] 이재명 지지율의 실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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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한 행보에 '이재명 팬덤'…중도층 어필 '마의 20%대' 안착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경쟁이 양강 구도라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팩트'가 됐다. 지난 4월 총선을 전후해 '이낙연 대세론'이란 표현이 언론에 등장했지만 그 수명은 길지 않았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 지지율이 내려가는 것과 반대로 이재명 경기도지사 지지율은 올라가면서 대세론은 사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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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추석 연휴 직전 MBN 뉴스와이드 인터뷰에서 지지율 하락에 대해 "당연하다. 4월 총선 당시를 기준으로 (지지율이) 내려왔다고 보는 것은 옳지 않다. 그때가 예외적인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심은 늘 움직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 민심은 움직인다. 그런데 그 방향이 최근 이 지사 쪽이었다. 가장 최근 나온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는 리얼미터 9월 조사(21~25일·2553명 대상) 결과다. 이 지사가 21.4%, 이 대표가 22.5%였다. 이보다 앞서 공개된 한국갤럽 9월 조사(8~10일·1002명 대상)도 비슷해 이 지사가 22%, 이 대표가 21%였다. 이 수치들만 단순하게 보면 두 대선주자 지지율은 박빙 접전이지만 시계열로 확연한 변화가 보인다.

시간을 올해 초로 돌려보자. 한국갤럽 1월 2주 조사(7~9일)에서 이 지사는 지지율이 4%에 그쳤다. 이 대표는 27%였다. 비교 자체가 어려운 격차다. 하지만 3월 이후 조사에선 이 지사가 약진한다. 3월 11%, 7월 13%, 8월 19%를 찍은 데 이어 9월엔 22%가 된 것. 같은 기간 이 대표가 30%에 육박하는 지지율(리얼미터 조사에서는 30%를 훌쩍 넘는 수치도 나왔다)을 기록했지만 최근 수개월 동안엔 하락했다.

이 지사의 지지율 상승분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결론적으로 여권의 핵심 지지층, 다른 말로 친문(친문재인) 지지층이 일부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지지율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로 나타난다. 한국갤럽 1월 2주 조사에서는 문 대통령을 긍정 평가한 응답자 가운데 7%만이 이 지사를 지지했다. 또 민주당 지지자 중 6%만이 차기 대통령감으로서 이 지사를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는 저조한 수치였는데, 9월 조사에서는 뚜렷하게 달라졌다. 문 대통령 지지자 중 30%, 민주당 지지자 중 28%가 이 지사를 선호했다.

또 스스로 진보 성향이라고 밝힌 응답자 역시 같은 모습이었다. 이 지사 지지율이 1월에는 6%였는데 9월에는 34%로 바뀌었다.

'고향' TK서도 지지율 올라

지지율이 상승하는 동안 이 지사와 관련된 일은 크게 세 가지가 있었다. 코로나19 1차 확산 속에 신천지에 대한 강력 대응,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판결, 그리고 2차 재난지원금 결정 당시 보편적 지급 주장이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민주당 지지층과 진보층을 상당 부분 흡수하면서 이제는 이낙연 대표와 오차 범위 내 접전"이라며 "이 지사와 이 대표 지지율을 합치면 40% 중반인데, 문 대통령 지지율과 비슷하다. 이제는 두 주자가 제로섬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를 선호했던 여권 핵심 지지층 일부가 이 지사 선호로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지사에 대한 친문 지지자들의 '비토' 정서가 약화됐고, 그 결과 문 대통령·민주당 지지층과 진보층에서 이 지사 선호도가 확대됐다는 설명이 가능하다"고 했다. 또 사법 족쇄에서 벗어난 7월 이후 지지율이 가파르게 상승한 부분도 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지지율 상승폭을 모두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이 지사의 지지율 상승분이 이 대표의 지지율 하락분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해답은 보수·중도층 표심에서 찾을 수 있다. 1월 조사 당시 보수와 중도 성향이라고 밝힌 응답자 가운데 각각 2%와 4%만 이 지사를 선호한다고 했는데, 9월 조사에서는 각각 12%와 24%로 껑충 뛰었다.

이 지사가 국민이 원하는 메시지를 간결하면서도 감각적으로 전달했고, 특히 여당 입장에서는 불편하게 느낄 이야기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집값 급등이 큰 이슈였던 7월 이 지사가 언론 인터뷰에서 "실거주 1가구 1주택이 고가라는 이유로 압박하고 제재하는 방식을 동원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본인을 중도층이라고 밝힌 한 시민은 "그동안 이 지사의 과격한 모습에 거부감이 있었지만 요즘에는 '톤 다운'하면서 할 말을 하는 모습에 호감이 갔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 추가할 수 있는 설명은 보수의 텃밭인 대구·경북(TK)의 지지율이다. 이 지사는 이 지역에서 1월에는 2%로 미미한 수준이었지만 9월에는 23%를 기록했다. 이 지사와 가까운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이 지사의 고향이 경북 안동이라는 점도 어느 정도는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다"면서 "'TK 프리미엄'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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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근들 "악재 나올건 다 나와"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 지사가 20%대 지지율에 안착한 것으로 판단했다. 20%대 지지율은 정치적으로 의미를 갖는다. 대선주자의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 지사의 20%대 지지율은 팬덤의 지지가 확실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리얼미터 대표는 "올라서기 어려운 지지율"이라며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도 대선주자 경쟁에서 20%대 지지율을 유지하면서 대선주자로 확실히 올라섰다"고 설명했다. 또 "친문으로부터도 대선주자로 인정을 받았다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앞서 2017년 대선을 앞두고서도 가파른 지지율 상승을 경험했다. 2016년 초 2% 수준에 그쳤던 지지율은 탄핵 정국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빠르게 올라 그해 12월에는 18%(한국갤럽 기준)를 기록했다. 정국의 혼란 속에 기성 정치인들에 비해 자유로운 발언을 이어가면서 차별적인 인물이란 인식이 퍼졌다.

하지만 해가 바뀌고 본격적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지지율이 하락해 한 자릿수로 떨어졌고 결국 민주당 대선주자 경선에서 탈락했다. 20%대 지지율 반열에 오르지 못하고 꺾인 것이다. 또 경선 과정을 거치면서 친문 지지자들과 갈등 관계에 놓였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이 지사 측근으로 통하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당시 '사이다' 발언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성남시장(기초단체장) 신분으로 지금과는 위상이 달랐다"면서 "지금은 인구 1300만 명이 넘는 경기도 지사로 안정감도 갖췄고 인맥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도지사로서 도정에서도 성과를 냈고 인정받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병욱 의원은 "당시엔 개인사와 관련한 이런저런 악재가 많았고, 회자가 되기도 했지만 이젠 나올 것은 다 나온 것 아닌가"라며 "이미 혹독한 검증을 받았고 '일 잘한다'는 이미지를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홍 한길리서치 소장은 "4년 전에는 20대 중심으로 지지가 있었지만 이제는 지지 연령층이 확장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기사에서 소개된 지지율 조사 결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지지율 30%대로 제2도약?…"당분간 이낙연과 엎치락 뒤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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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고건 전 국무총리는 한때 주목받은 대선주자였다. 20%대 혹은 그 이상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관심을 끌었고 주변에 사람들이 모였다. 2016년 5월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 신분으로 방한해 안동 하회마을을 찾았다. 폭발적 관심 속에 대선 이야기의 주인공이 됐다. 한 달 뒤 이뤄진 여론조사에서 반 전 총장은 단숨에 20%대에 진입하면서 대선주자 1위에 오른다. 그리고 8월 조사(한국갤럽)에선 28%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그해 가을 국정농단 파문이 본격적으로 불거지면서 지지율이 떨어졌다. 반 전 총장은 당시 여권 주자로 분류됐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등 여권이 와해되는 상황이었다. 결국 지지율 하락 속에 반 전 총장은 다음 해 2월 초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고 전 총리도 비슷한 과정을 앞서 거쳤다. 참여정부 당시 일찌감치 대선주자로 주목을 받았다. 장관과 서울시장 등을 거친 관록의 총리로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위기 당시에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냈다. 이후 고 전 총리는 안정감과 행정능력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대선주자 지지율 30%를 훌쩍 넘겨 선두를 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2006년 말 북핵 위기가 발생하면서 강력한 리더십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여권 지지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고 전 총리 지지율은 10%대로 떨어졌다. 결국 그는 2007년 1월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다. 반 전 총장과 고 전 총리 모두 대선주자 지지율 20%대가 무너졌고 곧 불출마로 이어진 것이다.

대선주자로서 '의미심장한' 20%대 지지율에 올라선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앞으로 어떤 길을 걷게 될까.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당분간 20%대 박스권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진보층 지지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양분하는 상황에서 현재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하려면 이 대표 지지율을 흡수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데 여당 대표란 프리미엄을 가진 이 대표 지지율을 추가적으로 가져오기는 쉽지 않다. 당분간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일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또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쟁처럼 이 지사와 이 대표 간 민주당 내 경쟁이 상당 기간 진행될 것으로 봤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30%대 지지율로 올라서는 것은 지금까지 모습으로는 어렵다고 본다"면서 "친문의 지지를 더욱 강력하게 업거나 중도층으로 표가 확장되기 위한 특단의 방안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팬덤과는 반대로 지지하지 않는 층도 꽤 되기 때문에 추가 표 확장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지역화폐를 두고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충돌하는 모습 등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과격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한국갤럽 9월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자 가운데 28%가 이 지사를, 40%가 이 대표를 지지했다. 격차를 좁히기는 했지만 여전히 이 지사가 열세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여전히 남아 있는 친문의 거부감을 반영하지만 시간문제라고 본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나 친문 지지자 모두 정권 재창출이 목표다. 결국에는 가능성이 더 높은 주자에게 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병욱 의원은 "지금 뒤지고 있다는 게 오히려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라며 "이 지사 활동에 따라 표의 확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지사가 받고 있는 지지율 일정 부분이 유동성이 크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 리얼미터 대표는 "이 지사는 종종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하고 있고 그 점에서 영남에서도 어느 정도 지지가 나온다"면서 "그러나 보수 야당의 유력 주자가 등장하면 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론조사 전문가도 "야권 주자가 급부상하면 이 지사 지지율이 빠질 수 있다"면서 "일부 지지율이 야권 지지층에서 나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 대표에 비해 이 지사가 문 대통령에 대한 평가, 민주당에 대한 평가와 관련성이 덜하다"면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상황인 점은 유리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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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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