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차원 주택 공급 한계…민간사업자 참여 유도 취지 불구
장기공공임대 ‘분양 전환’ 후 수익, 기존 예상 대비 최대 4.3배
임차인 우선 분양·가격 제한도 없어 실수요자 ‘소외’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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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싸고 질 좋은 임대주택을 ‘많이’ 국민들에게 공급하는 건 역대 정권들의 숙제였다. 높은 주거비 부담 탓에 주택 소유 여부에 따라 주거안정 여부도 극심하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정권 출범 후 줄곧 집값이 오르기만 해온 현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두 차례 주거복지로드맵을 통해 “2017년 136만5000가구였던 장기공공임대주택을 2022년엔 200만가구, 2025년엔 240만가구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공임대를 늘리려면 현실적으로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도 이번 국감에서 뭇매를 맞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국감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현재 공급했다는 136만여 장기공공임대주택은 10년 장기임대와 전세 임대까지 포함한 숫자라서 실제로는 85만가구밖에 안 된다”며 “2022년까지 200만가구를 지으려면 앞으로 110만호를 더 지어야 하는데 이게 가능하냐”고 지적했다.
정부 차원에서 공공임대를 공급하는 게 벅차기 때문에 그간 민간을 공적임대시장에 끌어들이려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집값 폭등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등록임대사업 역시 취지는 공적 민간임대사업자를 양성하자는 것이었다.
공공성을 보다 강화한 민간 차원 사업으로는 ‘공공지원민간임대(장기공공임대)’ 사업이 있다. 8년 이상 임대할 목적으로 주택을 취득한 뒤 임대료 및 임차인의 자격제한 등을 받아 임대하는 민간임대주택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사업 역시 집값이 폭등하면서 당초 취지와는 달리 사업 참여자들의 주머니만 두둑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장기공공임대주택’ 전환, 13만가구 공급
장기공공임대주택의 전신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시작한 ‘기업형임대주택’이다. 기업형 임대사업자가 8년 이상 임대할 목적으로 주택을 취득한 뒤 민간에 임대하는 형식이다. 하지만 주택 취득과정에서 정부가 기금출자나 융자, 세제혜택 등 많은 지원을 하면서도 ‘8년 이상 임대 및 5% 이내 임대료 인상’ 규제 외엔 임대료나 임차인 자격제한이 없기 때문에 특혜 논란이 일었다.
문재인 정부는 문제가 많은 기업형임대주택을 손보기로 하고 2017년 11월 발표한 주거복지로드맵을 통해 제도를 지금의 장기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했다. 무주택자에게 주택을 우선 공급(일반공급)하되 도시근로자 평균소득 120% 이하인 무주택자에겐 특별공급을 통해 주택을 임대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신혼부부, 청년층, 고령층 등 주거지원계층을 위해 사업장별로 공급량의 20% 이상을 의무적으로 특별공급하는 규제도 신설했다. 8년 이상 의무임대기간이 끝나면 분양전환이 가능하도록 한 기존규정은 유지됐다.
임대료의 경우 일반공급은 시세의 90~95%, 특별공급은 시세의 70~85%로 제한했다. 공급지역과 면적도 기존 기업형은 도심 외곽에 중대형 위주였던 반면, 장기공공은 역세권이나 대학가에 중소형 위주로 공급하도록 했다.
사업 유형도 다양해졌다. 민간이 부지 등을 물색해 건립을 제안하면 평가를 통해 기금을 지원하는 방식, 공공택지를 대상으로 공모를 통해 사업자를 선정한 뒤 정부가 기금을 출자해 임대리츠 형식으로 운영하는 방식,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통해 나오는 일반공급물량을 사업자가 매입해 운영하는 방식 등이 있다.
정부 지원도 확충돼 융자혜택의 경우 사업비의 최대 70%까지 융자가 지원되고, 공공택지에 특별공급 물량을 건립할 경우 택지를 조성원가에 공급하는 동시에 취득·재산·법인세 감면 혹은 면제 등이 제공되고 있다. 이 같은 방식으로 현재까지 총 110곳에 13만6000여가구의 장기공공임대주택이 조성돼 운영 중이다.
■ 분양전환 시 규제 없어 논란 전망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집값이 계속 오르면서 장기공공임대 참여 사업자들이 막대한 이익을 가져가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해 공개한 주택산업연구원의 ‘공공지원민간임대사업 사업구조 고도화 방안 연구’ 중간보고서를 보면 정부와 민간이 각각 자금을 출자해 임대리츠(공공지원리츠) 형식으로 운영하는 장기공공임대의 경우 분양전환 후 수익이 기존 예상 대비 최대 4.3배까지 오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서 언급한 ‘화성동탄2지구’ 사례를 보면 현재 시세를 기준으로 임대 8년 후 매각 상황을 분석한 결과, 리츠의 보통주(민간) 내부수익률은 당초 계획(8.3%)과 달리 22.3%로 높아져 배당수익은 250억원에서 1083억원(433%) 늘어난 1333억원으로 예상됐다. 집값 상승으로 분양전환 시 얻는 총수익 규모가 사업 초기 예상 대비 1251억원(49%)이나 상승했기 때문이다. 공공기금 몫인 우선주의 경우 수익률이 당초 5.0%에서 8.4%로 상승하는 데 그친다. 규정상 우선주는 내부적으로 정해진 수익률을 가져가고, 나머지 이익은 보통주가 가져가게 돼있기 때문이다.
다른 50여개의 공공지원리츠에서도 민간의 이익이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 시세대로 수익률을 전망한 결과 우선주의 경우 평균 3~5%가 예상됐지만 보통주는 평균 7.5%로 높았고, 수익률이 10%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는 리츠도 11개에 달했다.
장기공공임대의 경우 일반 공공임대와 달리 임대의무기간을 채운 이후 분양전환 시 임차인 우선분양, 분양전환 가격 제한 등의 규제가 없다는 점도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장기공공임대 세입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7%는 “분양전환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우선분양권 제공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92%에 달했다. 희망하는 분양전환가격은 응답자의 61%가 “시세 대비 80% 미만”을 꼽았다. 보고서는 “분양전환시점에 입주민의 집단행동이 예상되고, 이에 따른 문제 발생 시 사업자도 피해 발생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장기공공임대가 공공성이 일부 강화되었음에도 집값 상승에 따라 민간건설업체에 막대한 수익을 주고, 임대의무기간 종료 이후 임차인의 우선분양권이 없는 등 큰 문제점이 있다”며 “민간업체의 과도한 수익에 대한 공공 환수, 임차인 우선분양권 보호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진식·김희진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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