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지적…"`지도력 행사' 과시 독재자로부터 볼수 있는 모습"
백악관 발코니에서 연설하기 전 마스크 벗는 트럼프 (워싱턴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백악관 블루룸 발코니에서 지지자들을 상대로 연설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이후 처음으로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공개 행사를 열고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했다. leekm@yna.co.kr |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북한의 이른바 '친애하는 지도자'(A Dear Leader) 접근법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이후에도 '건재'를 과시하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북한 지도자의 통치술과 닮았다는 것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자들은 그의 코로나19에 대한 '힘의 과시'를 독재자들의 전술과 견주고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지난 2일 메릴랜드주의 월터 리드 군 병원에 입원한 이후 잇따른 돌출행동으로 우려와 함께 논란을 키웠다.
완치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입원 사흘만인 5일 전격 퇴원해 백악관으로 복귀했으며, 입원 중이던 지난 4일에는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차량을 타고 병원 밖으로 나오는 '깜짝 외출쇼'를 연출했다.
입원 중에 업무를 보는 장면이 연출됐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당시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이 서류에 서명하는 사진을 공개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런 내용이 없는 백지 위에 서명, 의도적 연출 장면이라는 논란이 제기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완치 여부에 대해서는 함구한 채 10일에는 코로나19 확진 이후 처음으로 백악관 발코니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하는 공개 행사를 가졌다.
오는 11월 3일 대선을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밀리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감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건재하다는 메시지를 지지층을 향해 발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WP는 지난 5월 건강 이상설이 나돈 지 20일 만에 공개석상에 등장해 건재를 과시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거론하기도 했다. 또 김 위원장은 지난해 백두산에서 백마를 타는 모습으로 남성다움의 쇼를 연출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EPA=연합뉴스] |
CNN방송의 브라이언 스텔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월터 리드 군 병원에서 퇴원을 위해 전용 헬기인 마린원에 탑승한 장면을 거론하면서 "지도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길 원하는 독재자들로부터 볼 수 있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배우인 조지 타케이는 트위터를 통해 주치의 등으로부터의 트럼프 대통령 건강 상태에 대한 투명성 부족을 지적하면서 "`친애하는 지도자 청소 부대'가 트럼프 대통령의 치료를 다루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 음악잡지 롤링스톤은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의 주치의는 대중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알리는 것을 회피하면서 `친애하는 지도자'를 기쁘게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메시지 발신에 있어서 독재자들의 '플레이 북'을 차용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가정은 옳다고 지적했다.
뉴욕대의 역사학자인 루스 벤-지아트는 "트럼프는 '지속적인 대중 숭배'를 위한 권위주의적 열망을 공유하고 있다"면서 "트럼프는 독재자와 추종자의 관계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매우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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