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1 (일)

이슈 동학개미들의 주식 열풍

[투자문화 레벨업]②동학개미 활약 뒤엔 금융문맹 그림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대규모 금융사고 잇달아…금융이해도 낙제점 판매사는 물론 금융당국에 대한 불신도 심각 [비즈니스워치] 양미영 기자 flounder@bizwatch.co.kr

"문맹은 생활을 불편하게 하지만 금융문맹은 생존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그래서 금융문맹이 문맹보다 더 무섭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글로벌 금융위기 원인 중 하나로 높은 금융문맹률을 꼽으며 했던 말이다.

금융문맹은 일상생활이나 산업분야에서 금융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관련 지식이 부족한 경우를 말하는데 글자를 읽고 쓸 줄 모르는 문맹에 빗댔다. 과거엔 문맹이 삶의 질을 저하시켰다면 이제는 금융문맹이 개인의 삶은 물론 사회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논리다.

아이러니하게 동학개미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는 2020년 한국은 금융문맹률이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웃돈다. 오랜 저금리로 금융상품 투자가 늘어나면서 금융문맹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모습도 감지되지만 최근 잇따라 일어난 파생결합펀드(DLF)나 사모펀드 사태는 여전히 금융과 투자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평가다.

비즈니스워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금융사고 줄어드는데 매머드급 더 빈번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사고는 141건으로 2014년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100억원 이상의 대형 금융사고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직전해 1건에서 6건으로 늘었고, 사고금액 또한 3108억원에 달하며 금융사고가 점점 대형화하는 추세다. 1000억원이 넘는 금융사고 역시 2016년 이후 다시 발생하고 있다.

금융권역별로 살펴보면 금융투자 쪽 금융사고 규모 확대가 눈에 띈다. 물론 사고 건수로 보면 중소서민업체(44.7%)와 은행(29.1%)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 금융투자 부문 금융사고 건수는 전년대비 9건 줄었지만 사고금액은 2018년 298억원에서 지난해 2027억원으로 580% 넘게 증가했다.

올해 발생한 옵티머스운용의 사모펀드 사태가 투자자를 기만한 사기에 의한 것임을 감안하면 올해도 금융사고 금액은 증가 추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금융투자 부문 금융사고는 대부분 규모가 크지 않은 금융투자사에서 임직원의 준법 윤리의식 부재 등으로 사전 적발이 어려운 상태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내부통제 인력이 부족하고, 조직이 작다 보니 상호 견제나 리스크 관리 기능이 취약한 탓인데 투자자 입장에서는 눈 뜨고 코 베이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 고만고만한 한국의 금융이해력 수준

투자자 역시 여전히 잘 알지 못하고 투자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2018년 실시한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만 18~79세)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62.2점으로 OECD 평균(2015년 64.9점)보다 낮았다.

연령별로 보면 30대가 64.9점으로 가장 높았고 60대(59.6)와 70대(54.2)는 50점대를 기록, 연령이 높아질수록 금융이해력이 떨어졌다. 고위험 금융상품 관련 사고에서 노년층이 유독 취약한 것을 보여준다.

비즈니스워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금융이해력 평가 항목 중 금융상품이나 서비스를 비교하고 적절한 정보에 입각한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필요한 금융지식의 경우 65.7점으로 전체 점수보다 높았지만 실제 금융상품 선택을 하는 금융행위(59.9점)과 소비와 저축, 돈의 존재가치 등을 따지는 금융태도(61.3점)의 경우 전체 점수를 밑돈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청년들의 경우 금융행위와 금융태도 점수가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노년층은 금융지식과 금융행위 부문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금융이해력이 개선되면 금융행동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한다.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에 따르면 금융이해력 수준이 높을수록 은퇴자산을 더 많이 준비하거나 금융회사 비교를 통해 더 낮은 비용으로 대출을 이용하며 주식투자를 하는 경향도 높아졌다.

◇ 판매사에 대한 투자자 불신 더 심각

투자자의 금융이해력 부족은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판매사들이 이를 악용하게 만들거나 판매사에 대한 투자자 신뢰 하락으로 이어진다.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이 지난해 자체 실시한 금융투자자보호에 대한 신뢰수준 조사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드러난다.

펀드와 주가연계증권(ELS) 등 간접투자 및 주식, 채권 등 직접 투자 경험이 있는 만 25세~69세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전체 점수가 100점 만점에 46.8점에 그쳤다. 앞서 금융이해력 점수보다 더 심각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이들은 '금융회사가 투자자들에게 선택 가능한 다양한 금융투자상품 서비스 정보는 물론 상품 가입에 따른 위험 및 결과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라는 문항은 물론 '금융회사가 투자자 정보를 충분히 고려해 적합한 금융투자상품을 추천하고 있다'라는 문항에도 50점 아래의 점수를 줬다. '거래내역에 대한 정보를 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제공한다'라는 문항은 41.52점에 불과했다.

비즈니스워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당국의 금융사고 재발방지 노력 등에 대한 불신도 심각한 수준이다. '금융당국기관은 유사한 민원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법과 제도의 개정 금융교육 등을 잘 수행하고 있다'라는 문항에 대한 점수 모두 50점 미만이었다.

김은미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연구원은 "신뢰수준이 낮은 안정형 투자자에 고위험 금융상품을 권유해 손실이 발생할 경우 상대적으로 투자자보호가 미흡했다고 비난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평가했다.

금융회사가 설명의무 등을 준수했더라도 일반 투자자들이 충분히 안내받았다고 느껴야만 신뢰수준이 높아지는데 투자자보호를 위한 판매 절차 매뉴얼이 형식적으로 그치면서 이해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비즈니스워치(www.bizwatch.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