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9일(현지시간) 캐나다 퀘벡 라말베에서 열린 주요 7개국 정상회의 이틀째 회의 도중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 가운데)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오른쪽에서 세번째)와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두번째)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라말베 | UPI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 대선 결과 발표 이후) 패닉에 빠지지 맙시다.” 볼프강 이싱아 전 주미 독일 대사는 최근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이 모인 회의에서 “몇몇 지도자들이 경고해온 것처럼 세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미국 대선을 바라보는 심경을 털어놓았다. 이싱아 전 대사는 국제적인 외교·안보 현안을 놓고 전 세계 주요 국가 정상·장관들이 논의하는 뮌헨안보회의를 조직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런 그가 최근 EU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꺼낸 주제는 핵무기, 코로나19, 테러리즘이 아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다음달 3일(현지시간) 미국 대선을 앞두고 EU 외교정책 전문가들이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4년 더 늘어날 경우의 예측불허 시나리오를 걱정하고 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12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4년을 연장하면 ‘미국 우선주의’ 정책들을 굳히고 다자주의와 국제협정에 대해 끊임없는 공격을 강화할 것이라 여겨서다.
그동안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던 EU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관계가 틀어지고 있다. 이싱아 전 대사는 “EU와 미국의 신뢰 관계는 (트럼프 취임 후) 3년 반 동안 점차 증발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미 워싱턴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대사를 지낸 에스토니아 외교관 라우리 레픽은 폴리티코에 “백악관의 예측 불가능성에 대해 모두가 염려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서양 너머의 나라들과의 관계를 중시하지 않거나 금전적으로만 중시한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EU의 한 고위급 외교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는 건 그동안 ‘미국우선주의’를 주장하며 펼친 정책을 법으로 엮을 시간과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이란핵협상에서 탈퇴했고, 지난해 11월엔 2015년 체결된 유엔 기본협약(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유엔에 공식 통보했다. 지난 5월 말 코로나19 부실 대응과 중국 편향성을 이유로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도 선언했다. 이 외교관은 “트럼프 시대가 가져올 공포는 미국이 택하는 진로가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추론할 수 없어 세계무대를 최악의 혼란으로 가져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 국방장관과 외교장관을 지낸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를 “무능과 엄포의 비상한 설화”라고 평했다. 그는 “북한의 독재자를 인정해서 미국이 얻은 게 무엇인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중단했는가”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게 천재적인 협상가라면서 정작 얻은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G7(주요7개국) 정상들도 트럼프 대통령을 꺼리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당초 지난 6월 25~26일 워싱턴에서 G7정상회의를 열 계획이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의 G7 형식은 매우 구식의(outdated) 국가 그룹이라면서 한국 외에 비G7 국가인 호주, 러시아, 인도도 초청하고 싶다고 말하며 정상회의를 연기했다.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G7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이 멤버로 가입돼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코로나19를 이유로 G7 초청에 거절의사를 밝혔는데 폴리티코는 많은 유럽 지도자들이 트럼프가 선거에 활용할 홍보 사진에 등장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지적했다. 레픽 외교관은 “유럽 지도자들은 단지 트럼프 대통령 앞에 나타나지 않기 위해 온갖 변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 유튜브 구독▶ 경향 페이스북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