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이 이번 정부 3년간(2017년 5월~2020년 5월) 14% 올랐다. 아니다 43% 올랐다. 측정하는 대상은 같은데 이처럼 다른 결과물이 나오고 있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집값 상승세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정부 입장이 나오자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정부가 집값 상승률이 낮은 통계만 골라 발표하는 것 아니냐며 비판하는 중입니다.
대체 어떤 주장이 맞는 걸까요?
Q. 집값 상승률이 다른 이유가 무엇인가요?
A. 가장 큰 이유는 통계마다 측정하는 대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국가 공인 통계기관인 한국감정원은 집값을 △매매가격지수 △실거래가격지수 △중위매매가격지수 등으로 산출합니다.
즉, 집값 상승률이라는 하나의 대상을 여러 각도에서 관찰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관점이 다르기에 각 지수의 ‘표본’이 다릅니다. 무엇을 측정하는지에 차이가 있는 것이죠.
우선 매달 발표하는 매매가격지수는 전국 아파트 900만채 중에서 1만7190가구의 표본을 뽑아서 집값 상승률 추이를 분석하는 방식입니다.
이 외에 실거래가격지수와 중위매매가격지수는 매달 실제로 거래된 대상을 표본으로 삼아 집값 상승률을 계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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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실제로 거래된 통계가 더 정확한 것 아닌가요?
A. 무엇이 더 정확하다고 단언할 수 없다는 게 통계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호쾌한 설명은 아니겠지만, 두 통계의 장단점에 따라 활용하는 방법이 다릅니다.
실제 거래로 산출하는 실거래가격지수와 중위매매가격지수의 경우에는 거래되지 않는 집값 상승률이 통계에 빠지는 단점이 있는데요.
반대로 말하면 매매가격지수는 실제로 거래되지 않고, 시장에서 외면받은 집이 통계에 더 많이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매매가격지수의 표본은 장기적으로 관찰하려는 목적에서 정한 만큼 변동이 크지 않습니다. 만약 서울에서도 평균적인 가격 상승세를 따라가지 않는 집 위주로 표본이 선정됐다면, 실제 집값 상승률보다 과소 측정될 수 있죠.
대체로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실거래가를 기반으로 한 실거래가격지수와 중위매매가격지수 통계를 더 많이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실제 거래됐다는 점에서 표본이 명확하기 때문인데요. 한국감정원은 매매가격지수에 쓰인 표본이 어떤 집들인지 밝히고 있지 않습니다.
올해 1월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집값이 너무 뛴 곳은 원상회복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원상회복은 어떤 통계를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텐데요.
과거 EBS에서 방영한 지식채널e에서 나온 한 대사가 생각이 납니다. "우리가 무엇을 측정하는지가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가장 최악을 대비해야 할 정부가 가장 낮은 통계만을 믿으며 안심한다면, 과연 향후 2년 내에 집값이 14%든 43%든 원상회복할 수 있을까요?
김재환 기자 jeje@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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