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산업 위기 속 협상 물꼬 틀 수도"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세계무역기구 본부. 제네바=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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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기구(WTO)가 보잉사에 대한 미국의 보조금 지급을 둘러싼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분쟁에서 EU의 손을 들어줬다. 미국 입장에서는 악재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항공 산업의 위기를 고려할 때 오히려 양측 협상의 물꼬를 트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WTO는 13일(현지시간) “보잉사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국제 무역규정 위반으로 간주한다”며 “EU가 약 40억달러(약 4조6,000억원) 규모의 미국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해당 금액이 미국측 보조금의 부작용 정도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EU는 미국산 항공기는 물론, 트랙터와 고구마, 땅콩, 냉동 오렌지 주스, 담배, 케첩 등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됐다.
미국과 유럽은 거대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과 에어버스에 대한 상대방의 보조금 지급을 둘러싸고 16년째 분쟁을 벌여왔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WTO는 에어버스가 유럽 당국으로부터 보조금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며 미국이 75억달러(약 8조6,000억원) 상당의 유럽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미국은 와인과 치즈, 올리브오일 등에 25%의 관세를 매겼고 에어버스에 대해서도 지난 3월 관세를 10%에서 15%로 올렸다.
그러나 AFP통신은 양측 모두에게 보복관세 카드를 쥐어준 이번 판결을 계기로 미국과 EU가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게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항공 산업이 흔들리는 가운데 관세 부과로 항공기 가격이 올라가는 분쟁을 오래 끄는 것은 양측 모두에게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실제 EU는 WTO의 판결 직후 미국에 협상을 요구했다.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부집행위원장은 트위터를 통해 “나는 피해를 주는 조치와 대응 조치를 피하고 미국과 협상을 통한 타결을 강력히 선호한다”고 밝혔다. 기욤 포리 에어버스 최고경영자(CEO) 역시 “이제는 대서양 양쪽에서 관세가 철폐될 수 있도록 해법을 찾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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