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차기 법무장관으로 하원을 혼란에 빠뜨린 전력이 있는 극우 성향 맷 게이츠 공화당 하원의원을 지명하며 인준을 담당하는 상원 공화당 의원들이 당혹감을 표시했다. 게이츠 의원은 미성년자 성매수 및 불법 약물 사용 의혹 등으로 하원 윤리위원회 조사까지 받고 있던 상태다.
법무장관은 전·현직 미국 대통령 최초로 형사 기소된 트럼프 당선자의 사법부에 대한 '보복'에 핵심 역할을 담당할 수 있어 충성파 기용이 무엇보다 중요한 자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13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자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게이츠 의원을 법무장관에 내정하고 "미국에서 사법 체계의 당파적 무기화를 종식시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거의 없다"며 "맷(게이츠 의원)은 무기화된 정부를 종식시키고 국경을 보호하며 범죄 조직을 해체하고 법무부에 대한 미국인들의 심하게 무너진 믿음과 신뢰를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게이츠 의원은 지난해 10월 하원에서 단 8명의 강경파를 통해 당내 분란을 일으키며 같은 당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해임으로 내몰아 하원을 마비시킨 인물로 공화당 내에서도 이번 인사에 충격을 받았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게이츠 의원은 미성년자 성매수, 불법 약물 사용, 선거자금 개인 용도로 전환 등의 혐의로 하원 윤리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기도 했다. 이번 지명으로 게이츠 의원이 하원에 재빨리 사임서를 제출하며 윤리위원회 조사도 종결되게 됐다.
때문에 대선과 함께 치러진 의회 선거에서 공화당이 상원 과반을 확보했음에도 일부 상원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 게이츠 의원이 인준에 필요한 충분한 표를 확보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리사 머코스키 상원의원은 이날 게이츠는 "진지한 후보가 아니다"라며 "논란을 일으킬 사람을 지명하면 (인준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머코스키 의원은 "내각에서 일할 사람을 지명하는 것은 그(트럼프 당선자)의 권리다. 그러나 이러한 인사들이 해당 부서에 필요한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판단하고 확인하는 건 우리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공화당 상원의원 수잔 콜린스도 "이번 발표에 충격을 받았다. 이는 (상원 인준) 자문 및 동의 절차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며 "그(게이츠 의원)의 청문회에서 많은 질문이 제기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하원 공화당 사이에선 게이츠 의원이 하원을 떠나 시원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13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맥스 밀러 하원의원은 취재진에 공화당 의원총회의 많은 구성원들이 게이츠 의원의 법무장관 지명에 충격을 받았지만 대부분 게이츠 의원이 하원을 떠나는 데 대해 행복감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밀러 의원은 게이츠 의원이 없는 하원이 더 기능적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찬성 의견도 있었다. 칩 로이 공화당 하원의원은 게이츠 의원 지명을 축하하며 "그(게이츠 의원)는 방해꾼으로, 법무부엔 엄청난 방해가 필요하다. 그게 대통령(트럼프 당선자)이 그를 지명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게이츠 의원은 의회 내 트럼프 당선자의 가장 큰 지지자 중 하나로 형사 기소된 트럼프 당선자에 대한 수사가 정치적이라고 주장해 왔다. 법무장관으로 지명되기 직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게시글에서 게이츠 의원은 "우린 이 무기화된 정부에 대해 전면적 압박을 가해야 한다"며 자신이 감독하게 될 미 연방수사국(FBI) 폐지를 거론하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당선자의 측근들이 법무장관은 트럼프 당선자의 이민자 대량 추방, 1월6일 의사당 폭동 가담자 사면, 지난 4년간 자신을 기소했던 사람들에 대한 보복 계획의 핵심으로 행정부에서 대통령 다음으로 중요한 자리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이날 언론 예측대로 대중국 매파로 평가되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으로 지명했다. 루비오 의원은 지난 4월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패키지에 반대표를 던졌고 우크라이나가 모든 영토 수복보다 러시아와의 합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스라엘에 대해선 뚜렷한 지지 입장을 갖고 있고 군사 지원에도 찬성한다.
대선과 함께 치러진 하원 선거 개표가 완료되지 않은 가운데 13일 CNN, CBS 등 복수의 미 언론은 공화당이 지금까지 적어도 218석을 확보했다고 예측해 다수당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공화당이 대통령,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며 트럼프 2기 정부의 추진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존슨 의장은 이미 지난 12일 하원 승리를 자축하며 의사당에 "'미국 우선' 현수막을 걸겠다"고 말했다.
<AP> 통신은 트럼프 1기 정부 당시엔 상·하원을 공화당이 모두 장악했음에도 트럼프 정책에 반대하는 공화당 지도부가 존재했지만 현재는 "마가(MAGA·트럼프 선거운동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약자) 운동으로 완전히 변모한 공화당, 그(트럼프 당선자)가 임명한 3명의 대법관을 포함해 보수적 대법관이 지배하는 연방대법원"이 자리하고 있으며 민주당은 트럼프 2기 정부의 정책을 막을 힘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13일 상원 공화당은 새 원내대표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트럼프 측근들이 지지한 릭 스콧 상원의원이 아닌 트럼프 당선자를 비판한 이력이 있는 존 튠 상원의원을 선출했다. <로이터>는 친트럼프 스콧 의원의 원내대표 입후보가 트럼프 정부 아래 상원 독립성에 관한 첫 시험대였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당선자 자신은 어떤 후보도 공개 지지하지 않았다.
상원 공화당 2인자 자리를 지켜 온 튠 의원은 2016년 트럼프 당선자의 여성에 대한 성적 폭행을 과시하는 발언이 폭로된 이른바 '액세스 헐리우드' 녹음본 공개 뒤 당시 대선 후보였던 트럼프 사퇴를 요구했고 2020년 대선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행동은 실패할 운명이며 의사당 폭동 관련 트럼프 당선자의 행동엔 면죄부가 부여될 수 없다고 말하는 등 트럼프 당선자를 무작정 추종하진 않았다.
다만 2016년 트럼프가 후보에서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결국 지지할 의향이 있다며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였고 의사당 폭동 관련 트럼프 탄핵 표결에서도 탄핵 반대표를 던지며 실제 행동을 취하진 않았다.
튠 의원은 최근 트럼프 당선자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직 인사에 대한 상원 인준 권한을 우회하기 위한 '휴회 임명'에 동의할 것을 요구했을 때 다른 원내대표 후보자들과 함께 이에 동의하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휴회 임명을 통해 대통령은 상원이 휴회 중일 때 상원 인준을 거치지 않고 임시 인사를 단행할 수 있다.
한편 13일 트럼프 당선자와 백악관에서 만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순조로운 이양"을 약속했다. 트럼프 당선자도 "이양이 무척 매끄럽게 진행돼 감사하다"며 우호적 태도를 취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자가 약 2시간 가량의 비공개 대화에서 "국가와 세계가 직면한 주요 국가 안보, 국내 정책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자에게 "미국이 계속해서 우크라이나의 편에 서는 것이 국가 안보 이익에 부합한다는 견해를 강화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관련해 미 <뉴욕포스트>에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중동에 대해 매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히며 "매우 즐거운 만남이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맷 게이츠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이 네바다주 헨더슨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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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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