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베를린시 "평화의 소녀상 당분간 그대로"
당초 日 물밑외교에 14일까지 철거하라 통보
시민단체 항의·슈뢰더 전 총리부부까지 나서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독일 수도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옆에 한 소녀가 앉아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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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독일 베를린시가 지난달 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명령을 전격 철회했다. 애초 통보한 철거 기한을 하루 앞두고 이뤄진 결정이다. 일본의 항의에 철거 명령을 내렸다가 현지 시민단체 등 각계 반발이 거세지자 일단 그대로 두기로 한 것이다.
베를린시는 13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논란이 있는 ‘평화의 소녀상’은 당분간 그대로 있을 것”이라며 “법원이 (소녀상에 대한) 기본적인 평가를 할 수 있을 때까지 베를린시는 어떤 추가적인 결정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가 법원에 소녀상 철거 명령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자 당분간 설치를 인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소녀상은 철거 기한을 하루 앞두고 법원이 판단할 때까지 일단 자리를 지키게 됐다. 코리아협의회에 14일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로 집행하고 비용을 청구하겠다던 미테구의 슈테판 폰 다쎌 구청장은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면서 일본과 코리아협의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합의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소녀상은 지난달 28일 미테구청의 허가를 받아 세워졌다. 코리아협의회와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함께 설치한 것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독일에 강력 반발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이 지난 1일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과 화상통화하며 소녀상 철거를 요청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베를린 시 당국 등을 향해 물밑 외교를 벌이며 정의연의 회계부정 의혹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소녀상 설치를 위안부 피해자라는 인권 문제가 아닌 한·일 간 외교적 마찰로 바꾸려 시도했다.
미테구청은 지난 7일 코리아협의회에 소녀상을 철거할 것을 통보했다. 철거 명령의 이유로는 “사전에 알리지 않은 비문(碑文)을 설치해 독일과 일본 관계에 긴장이 조성됐다는 것”을 내세웠다. 해당 비문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여성들을 성노예로 강제로 데려갔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미테구청은 소녀상에 설치된 비문의 내용이 한국 측의 입장에서 일본을 겨냥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공공장소의 정치 도구화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시민단체와 시민들은 즉각 반발했다. 코리아협의회는 12일 베를린 행정법원에 철거명령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독일 청원사이트에서는 철거반대 청원운동이 시작돼 총 6267명이 서명했다. 베를린 시민 약 300여명은 13일 집회를 열고 소녀상 앞에서 미테구청 앞까지 30여 분간 행진하며 항의시위를 벌였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부부도 다쎌 구청장을 상대로 소녀상 철거 명령을 철회해 달라는 공개편지를 보냈다. 슈뢰더 전 총리의 부인인 김소연씨는 서한을 통해 “구청의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것은 잔인한 폭력의 희생자로 고통받은 소위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저버리는 반역사적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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