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독일 수도 베를린 미테구청 앞에서 시민들이 당국의 '평화의 소녀상 철거 명령에 항의하기 위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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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개신교교회협의회(EKD)가 최근 독일 베를린 미테구청이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철거를 명령한 데 대해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
15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에 따르면, EKD 소속 페트라 보세 후버 에큐메니컬 총괄 감독은 14일(현지시간) 미카엘 뮐러 베를린시장과 슈테판 폰 다셀 미테구청장 앞으로 보낸 서신을 통해 “귀하들께 소녀상 철거 동기를 여쭙고 싶다”며 “우리 EKD는 소녀상을 보존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KD는 서신에서 “독일 히틀러 시대에 자행된 잔혹 행위의 희생자에 대한 기억의 문화는 전 세계적으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모범이 되고 있다”며 “이미 세계 곳곳에 세워진 이 청동 소녀상이 독일 연방공화국의 수도인 베를린 내에 세워진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독일 개혁교회는 베를린 소녀상을 전 세계 많은 분쟁 지역에서 성노예로 희생된 여성들과 이로 인해 여전히 고통 당하고 있는 여성들과의 연대와 기억의 상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 소녀상은 수많은 인권 침해와 더불어 이런 불의가 전 세계 어디에서도 반복되지 않아야 함을 내포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NCCK 측은 세계교회협의회(WCC)도 조만간 이번 사태 관련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앞서 미테구청은 올 7월 도심 거리에 소녀상 설치를 허가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제막식 뒤 일본 정부가 소녀상을 철거해 달라고 요청하자 이달 7일 철거 명령을 내렸다. 이에 NCCK 여성위원회가 13일 EKD와 미테구청에 서신을 보내 “미테구가 반역사적 결정을 철회해 소녀상 설치 허가를 그대로 유지하고 보존할 것으로 간절히 바란다”고 촉구했다.
다음은 후버 감독이 보낸 서신 전문.
미카엘 뮐러 베를린 시장님,
슈테판 폰 다셀 미테구청장님,
9월 말, 저는 베를린 시내에 성폭력 희생자를 기억하고, 특히 아시아 태평양전쟁에서 소위 위안부로 노예화된 여성들과 소녀들을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는 소식에 기뻤습니다. 그러나 며칠 지나지 않아 미테구가 이 동상의 철거 명령을 내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귀하들께 이 소녀상의 철거 이유를 여쭙고자 합니다.
독일 개혁교회들에게 이 소녀상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수십 년 동안 한국과 일본의 교회, 그리고 기독교 의원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들과 함께 전쟁 중 성노예 희생자들의 아픔을 알리고 모든 형태의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협력해 오고 있습니다.
독일과 유럽에서는 평화적 공존을 위한 기억의 장소를 통해 화해를 이뤄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베를린시가 그러한 기억 문화를 모범적으로 계승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일본의 형제 자매들과 선교 모임을 할 때 우리는 베를린의 이런 기념지(기억의 장소)를 자주 방문했습니다. 그들은 독일의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현재의 도전들에 대해 많은 것을 공유하기를 원했습니다. 특별히 독일 히틀러 시대에 자행된 잔혹 행위의 희생자에 대한 기억의 문화는 전 세계적으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이미 세계 곳곳에 세워진 이 청동 소녀상이 독일 연방공화국의 수도인 베를린 내에 세워진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일 개혁교회는 이 동상을 전 세계 많은 분쟁 지역에서 성노예로 희생된 여성들과 이로 인해 여전히 고통 당하고 있는 여성들과의 연대와 기억의 상징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 소녀상은 수많은 인권 침해와 더불어 이런 불의가 전 세계 어디에서도 반복되지 않아야 함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저는 귀하들께 소녀상 철거에 대한 동기를 여쭙고 싶습니다. 우리 독일개신교교회협의회(EKD)는 이 소녀상의 중요성을 다시금 기억하며 이 동상을 보존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감사를 드리며…
독일개신교교회협의회(EKD)
에큐메니컬 총괄 감독
페트라 보세 후버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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