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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인터뷰] 게임사 네시삼십삼분 공동 창업자… 건강기능식품 정기 배송 출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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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태환 모노랩스 대표
대학 영문과 중퇴 창업 게임사 넥슨에 팔고 또 게임사 세운 뒤 이번엔 구독형 헬스 사업
건강 챙기다 착안 2년간 IT 시스템 준비 연내 서비스… 규제 샌드박스로 청신호
코로나로 관심 쑥… 매출 ‘제로’인데 한국콜마⋅메인스트리트⋅카카오등 67억원 투자

매일 먹는 비타민 등 각종 건강기능식품을 개인 맞춤형으로 한 봉지에 담아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구독형 서비스가 국내에서도 연내 시작된다.

2018년 블록체인 스타트업으로 출범한 모노랩스는 건강기능식품 구독형 서비스 연내 개시를 앞두고 이달초 카카오 인베스트먼트,메인스트리트인베스트먼트, TBT등으로부터 57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해말 한국콜마홀딩스로부터 10억원을 투자받은 데 이은 것으로 매출 ‘제로'인 회사에 대한 높은 기대를 반영한다. 지난 4월 규제 샌드박스 통과로 2년간 준비해온 사업에 청신호가 켜진 덕분이다.

조선비즈

소태환 모노랩스 대표. /모노랩스



소태환 모노랩스 대표는 창업 이후 건강기능식품 구독 서비스를 준비하며 약 2년 동안 지인들에게조차 사업 내용을 꽁꽁 숨겨야 했다고 한다. 규제샌드박스 통과 이전까지는 현행법상 사업이 허용되지 않는 만큼 자칫 ‘범법’을 준비 중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어서다.

해외에선 비타민 등 영양제가 대부분 식품으로 분류되고 있어, 규제 틀 안에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분류 자체가 없지만 국내에선 건강기능식품에 대해 식품과 약품 중간 수준의 규제를 가하고 있는 탓에 사업화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글로벌 기업 바이엘과 네슬레가 해외 건강기능식품 구독 서비스 업체를 잇따라 인수할만큼 신성장동력으로 보고 있지만 국내에선 규제장벽으로 시장이 열리지 않았던 것이다.

소 대표는 규제 샌드박스 통과로 자신이 공들여온 사업을 떳떳이 밝힐 수 있는 만큼 국내를 넘어 해외 진출의 포부를 드러낼만큼 적극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모노랩스에서 만난 소 대표는 "친구 2명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면서 건강을 챙겨봐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후 영양제를 먹다 종류가 너무 많고, 골라 먹기 어렵다고 생각해 IT(정보기술)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공부를 하다 (모노랩스를)창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 대표는 고등학교 때부터 직접 코딩을 할 만큼 IT 개발전문가다. 영어를 배우면 해외에서 IT를 익히는데 도움이 될까해 경희대 영문학과를 들어갔지만 그의 관심은 게임이었다. 휴학을 하고 PC방에서 눌러 살면서 아예 모바일 게임을 직접 만드는 동아리까지 만들었다. 심리학 수업 은사였던 권준모 경희대 심리학과 교수와 함께 2001년 엔텔리전트를 창업했다. 소 대표는 학교를 중퇴했고, 권 교수는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기업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했다.

이어 모바일게임 ‘삼국지 무한대전’과 ‘삼국지 천하통일'이 대박을 치면서 회사를 국내 최대 온라인 게임업체 넥슨에 매각했다.

넥슨에서 권준모 교수는 CEO까지 지내고, 소 대표는 모바일 본부장까지 맡았지만 2009년 또 다시 네시삼십삼분을 공동 창업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했다. 네시삼십삼분도 꾸준한 실적을 냈지만 ‘번 아웃' 느낌이 든 소 대표는 잠시 쉬기로 했다가 영양제 구독 서비스에 꽂히면서 모노랩스를 세우게 됐다고 한다.

사실 모노랩스는 2018년 5월 블록체인 스타트업으로 출범했다. 생산과 유통 과정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정품인증, 제조유통경로 관리 관련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중이다. 블록체인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공급망관리(SCM) 솔루션을 확보했다.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제공 사업을 위한 준비 작업이었다. 모노랩스 이름을 도용한 짝퉁 건강기능식품 제공 서비스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을 미리 세워놓은 것이다.

해외 학술 사이트를 뒤져가며 비타민 공부를 할만큼 한 분야에 빠져들면 파고드는 그의 스타일이 이번에도 작동했다. 유명 의대와 영양제 연구를 하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의외로 한국에서 비타민 등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현실에 놀랐다고 한다.

소 대표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으로 출발했지만 이는 준비였다"며 "사실 초기에는 법적으로 할 수 없게 돼 있다 보니 지인들에게도 무엇을 하는지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규제 샌드박스 이후 지인들에게 알리니 재미있어하더라"라고 말했다.

올해 4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산업융합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다양한 영양제를 소분해 판매하는 맞춤형 건강기능 식품 사업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현행 건강기능식품법상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소는 소분해 파는 것이 불법이었다. 제품을 한 알씩 봉지에 낱개 포장해 판매할 수 없고, 상자째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인들은 대량으로 필요한 경우가 드물어 여러 종류의 영양제를 많은 양 한번에 구매하기 부담스러웠다.

규제 완화 이후 지인뿐 아니라 굵직한 기업들도 관심을 가졌다. 메인스트리트 인베스트먼트 박순우 대표는 "국내 출장이 잦은 탓에 매일 먹는 여러 영양제를 나눠서 갖고 다니는 게 불편했던터라 우연히 만난 소 대표의 설명을 듣자 마자 투자규모는 나중에 협의하기로 하고 우선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소 대표는 "투자 유치 당시 3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었는데, 훌쩍 넘겼다"며 "국내에 이어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계획을 앞당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모노랩스는 지원받은 투자금을 바탕으로 연내에 직영 오프라인 매장을 세우고, 소분 공장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20여개 대형약국들과 구독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며 수익을 공유하는 사업도 함께 진행한다.

이미 5개 가량 약국과 논의 중에 있다. 약국들도 사업 협력에 적극적이라고 한다. 약국들의 경우 미리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해 재고로 쌓아 둔 상태에서 판매를 해야 하는데, 모노랩스와 협업으로 이런 재고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소 대표는 "구독서비스는 먼저 상담을 해서 필요한 건강기능식품을 파악한 뒤 직접 보내주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수익성 측면이나 재고 부담도 없고 월정액 서비스다 보니 구독하는 동안의 수익도 약국과 공유해 서로에 윈-윈(Win-Win)"이라고 말했다. 약국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건강기능식품 구독서비스가 자칫 약국의 일감을 줄여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상생 모델로 리스크를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부모님을 위해 맞춤형으로 영양제를 정기적으로 보내는 서비스를 하는 것은 물론 섭취관리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부모님이 직접 영양제를 챙겨 드셨는지도 자녀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은 소 대표를 더 바쁘게 만들고 있다. 건강과 면역력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스스로 몸을 챙겨야겠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소 대표는 "중국과 동남아 등 아시아 지역을 웹사이트,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공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게임 매니아에서 성공한 게임 기업인으로 변신한 소 대표의 또 다른 도전인 IT 기반의 ‘건강코딩’ 서비스가 어떤 결실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김양혁 기자(presen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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