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사설] 옵티머스로 허점 드러낸 공공기관의 수상한 투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청와대에서 연 참모진과의 약식회의에서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등 공공기관이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에 투자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철저한 경위 파악을 지시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정관계 로비 의혹이 제기되는 옵티머스에 다수의 공공기관이 투자한 경위를 철저히 살피라고 지시했다. 5천억원대 펀드 사기 혐의를 받는 옵티머스에는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을 비롯해 공공기관들이 1천억원이 넘는 거액을 투자해 큰 손실을 보았다.

공공기관의 간부들이 불법 로비를 받거나 개인적 친분으로 내부자금을 ‘눈먼 돈’처럼 운용하다가 거액의 손실을 자초했다면 국민이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정부 차원에서 공공기관의 자금운용과 투자관리에 문제는 없었는지, 내부 통제시스템은 제대로 작동됐는지 철저히 밝혀야 할 것이다.

공공기관이 투자한 돈은 전파진흥원 1060억원, 농어촌공사 30억원, 한국마사회 20억원, 한국전력 10억원 등 1100억원을 넘는다. 옵티머스는 이 돈을 안전하고 우량한 공기업 매출채권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실제로는 부실기업을 인수하거나 채권을 사는 데 멋대로 사용했다.

만약 공공기관이 투자 대상을 사전에 꼼꼼히 살폈다면, 손실을 방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공공기관 간부와 옵티머스 간의 유착 혐의가 잇따라 드러난다. <한겨레>는 전파진흥원의 실무자가 2017년 6월 옵티머스에 투자 대상인 공공기관 매출채권 자료를 요구했으나, 옵티머스 팀장이 “정영제 대표와 (전파진흥원) 윗분이 이미 상의했다”며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또 옵티머스 관계자들은 검찰 조사에서 “정 대표가 2017년 초 전파진흥원의 최아무개 기금운영본부장을 큰돈을 관리하는 형님으로 잘 모셔야 한다면서, 한달에 1천만~2천만원 정도면 내가 원하는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최 전 본부장은 2017년 여름 정 대표와 부부 동반으로 일본 여행을 다녀왔고, 딸이 정 대표의 회사에 취업한 의혹도 제기된다.

최 전 본부장은 의혹을 부인한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자금운용을 책임진 ‘윗분’과 옵티머스 간 유착, ‘윗분’ 눈치 보기에 급급한 실무자의 안이함이 화를 자초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진위는 수사 결과를 봐야겠지만, 사실이라면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전파진흥원 외에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을 가능성이다. 정부가 전면적인 실태조사로, 책임자를 가려내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하세요!
▶네이버 채널 한겨레21 구독▶2005년 이전 <한겨레> 기사 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