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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사설] 택배노동자 벌써 ‘10번째 죽음’, 특단 대책 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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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펼침막을 단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차량들이 9월7일 오후 국회 인근에서 택배노동자의 과로사 문제를 알리며 달리고 있다. 이번 행사는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과로로 인해 사망한 택배노동자들을 추모하고 분류작업 인력투입을 요구하기 위해 서울, 경기, 충천, 호남, 제주 등 전국 10개 지역에서 열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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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동자가 숨지는 일이 또 벌어졌다. 올해 들어 벌써 10명째다. 더구나 이번 사고는 아홉 번째 택배노동자 사망 뒤 불과 나흘 만에 일어났다. 도대체 언제까지 ‘죽음의 행렬’을 지켜봐야만 하나. 정부와 업계, 정치권은 신속하게 특단의 대책 마련에 힘을 모아야 한다.

민주노총 택배연대노조에 따르면 한진택배 서울 동대문지사 소속 김아무개(36)씨가 지난 12일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노조는 김씨 카카오톡에서 ‘420개 물량을 싣고 나왔다’ ‘일이 끝나면 새벽 5시’ ‘어제도 새벽 2시까지 일했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확인됐다며, 과로 때문에 숨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진택배 쪽은 “부검 결과 김씨가 심혈관 장애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는 의사 소견이 나왔다”며 “김씨의 평소 배달량은 200상자 정도로, 동료들보다 적은 편”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주장이 엇갈리는 만큼 사인을 정확하게 규명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평균 배달량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이유만으로 과로사 가능성을 처음부터 배제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코로나 사태 이후 배달량이 급증해 택배노동자들의 노동강도가 전체적으로 치솟은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또 정부는 지난 추석을 전후해 예년보다 최소 30% 이상 택배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고 예측한 바 있다. 추석 앞뒤로 쌓인 피로가 사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무시해선 안 될 것이다.

무엇보다 택배노동자의 쉼 없는 과로를 강제하는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택배기사가 분류 작업까지 떠맡는 구조는 핵심적인 ‘택배 과로사’ 유발 요인으로 꼽힌다. 이를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서둘러야 한다. 대체인력 확충 등 당장의 보완책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내년 2월에야 과로방지·건강보호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한다. 절박한 현실에 비춰 안이한 대응이 아닐 수 없다. 더는 목숨을 잃는 택배노동자가 나오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한시바삐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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