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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사설] ‘야·검 로비’ ‘표적수사’ 의혹, 독립적 수사로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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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라임자산운용의 실질적 전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옥중에서 작성한 ‘사건개요 정리’ 문건. 야권 인사에게도 로비를 벌이고 현직 검사에게 룸살롱 접대를 했다는 등의 폭로가 담겨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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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의 실질적 전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 16일 야당과 검찰에도 로비를 벌였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고 있다. 검찰이 라임 사건을 수사하면서 야당 관련 의혹은 덮은 채 여권 실력자를 표적으로 짜맞추기 수사를 해왔다는 주장도 했다. 사실이라면 하나같이 충격적인 내용이다. 김 전 회장을 직접 조사한 법무부는 18일 야권 정치인 금품 로비와 검사·수사관 향응 등에 대해 진술이 있었는데도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확인했다며, 감찰과 별도로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객관적이고도 엄정한 수사를 통해 한 점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할 중차대한 사안이다.

김 전 회장은 변호인을 통해 공개한 친필 문건에 “라임 펀드 판매 재개 관련 청탁으로 우리은행 행장 로비 관련해서 검사장 출신 야당 유력 정치인 변호사(에게) 수억 지급 후 실제 이종필(전 라임 부사장)과 우리은행 행장, 부행장 등(에 대한) 로비(가) 이루어졌고 (검찰과) 면담시 얘기했음에도 수사 진행 안됨”이라고 적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은 폭로가 나온 뒤 ‘해당 의혹은 현재 수사 중에 있다’고 해명했다. 검찰 특수통 출신인 ㄱ변호사가 구속된 김 전 회장을 접견하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힘을 실어주려면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한데, 청와대 행정관으로는 부족하고 청와대 수석 정도는 잡아야 한다”고 했다는 대목도 허투루 넘길 수 없다. 검찰이 중립성 의무를 위반하고 편파·표적 수사를 했다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김 전 회장이 ㄱ변호사를 통해 현직 검사 3명에게 룸살롱에서 1천만원 상당의 접대를 했다는 폭로 내용도 철저한 확인이 필요하다. “당시 혹 추후 라임수사팀(을) 만들 경우 합류할 검사들이라고 했는데, 실제 한 명은 수사팀 책임자로 참여”했다는 주장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이다. 비단 라임 사건뿐 아니라 검찰 전체의 신뢰와 정당성을 흔들 수 있는 폭발성을 안고 있다.

이번 폭로 내용은 그동안 검찰의 적폐로 지적돼온 문제점들을 총망라한 듯하다. 검찰의 치부를 건드리는 수사를 검찰 스스로 제대로 해낼지 의문이 드는 게 당연하다. 법무부는 “검찰총장이 라임 사건 수사 검사의 선정에 직접 관여하고 철저한 수사를 수차 밝혔음에도 구체적인 야권 정치인과 검사 비위 사실을 보고받고도 철저히 수사하도록 지휘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있다”며 적절한 수사 주체와 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검찰청은 “야권 정치인 로비 의혹도 지시에 따라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검사 비위 의혹은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됐고 즉시 신속한 조사를 지시했다”고 반박했다. 이런 심각한 사안을 두고 법무부와 대검이 또 마찰을 빚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수사를 통해 진상을 밝히면 될 일이다. 국민이 수사 결과를 신뢰할 수 있을 만큼 객관적인 수사 주체를 세우고 독립적인 수사를 보장하는 게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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