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상황 외면한 졸속입법 부작용
임대·임차인 분쟁 1년새 61% 급증
윤 의원 “특정지역 집값 잡기위해
전 계층 대상 규제하는 나라 없어”
전세 매물이 실종됐고, 드물게 나오는 매물의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7월 31일 이 법을 광속으로 통과·시행하며 “임대차 3법은 20대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됐고, 추가논의보다 속도가 중요하다”며 주장했다. 당시 브레이크 없던 국회에서 윤희숙 국민의 힘 의원이 임대차 3법을 조목조목 비판한 ‘5분 연설’은 화제였다. “극단적일 정도로 선동적”이라던 여당의 논평과 달리 윤 의원의 연설은 현실이 됐다. 그의 주요 발언과 현재 시장 상황을 비교·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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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이지만 기쁘지 않다”
자기 집(서울 성북구)을 전세 놓고, 다른 집(서초구)에 전세 사는 윤 의원은 임차인이자, 임대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임차인을 보호하겠다며 계약갱신청구권(2년+2년), 전·월세 상한제(5%)를 포함한 임대차법 개정안을 기립표결로 통과시켰다. 법 시행 후 두 달여, 경제수장인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전세 난민의 대표사례가 됐다. 2주택자인 홍 부총리는 ‘다주택자=투기꾼’이라는 정부 정책에 부응해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만 남겨 두고 경기도 의왕시 아파트를 매각했다. 하지만 임대인으로서, 임차인으로서 모두 위기상황에 처했다. 현재 살고 있는 마포 전셋집의 집주인에게 실거주를 위한 퇴거요청을 받았고, 의왕시 아파트의 세입자에게는 이사 불가 통보를 받았다. 의왕시 아파트 세입자가 갑자기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실거주하려던 계약자와의 거래 자체가 불발될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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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전세는 없겠구나. 임대인에게 집을 세 놓는 것을 두려워하게 하는 순간, 시장은 붕괴하게 돼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을 통해 전국 100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를 전수조사한 결과 총 1798개 단지 중 72%(1299곳)가 전세 매물이 5건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전세 매몰이 하나도 없는 단지는 22%(390단지)에 달했다. 재계약으로 전세 매물이 나오지 않는 데다가, 집주인이 실거주에 나서면서 매물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전세 난민의 ‘웃픈’ 사례가 된 홍 부총리의 일화처럼 임차인과 임대인의 상생 관계에는 이미 금이 갔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지난 8~9월 임대차 분쟁 상담 건수는 1만783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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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임대 계약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을 때 임대료가 30% 올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08%로 68주 연속 올랐다. 3226가구 규모의 서울 강동구 암사동 ‘강동롯데캐슬퍼스트’의 전세 매물은 0개이지만, 인근의 한 공인 중개업소에서는 “인근 단지와 비교해 84㎡의 전셋값이 8억5000만 원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 시행 전만 해도 전셋값은 6억 원대였지만, 몇 개월 만에 40%가량 올랐다. 오래된 탓에 잘 안 오르던 재건축 아파트 전셋값도 유례없이 상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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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의 삶 좌지우지하는데 심의 안 해”
임대차보호법은 법사위에 법안이 상정되고, 심사·의결하는 데까지 2시간, 법사위 전체 회의 상정에서 본회의 통과까지 28시간밖에 안 걸렸다. 법조문을 하나씩 읽어가며 의결하는 축조심의도 거치지 않았다. 속전속결로 법은 시행됐고 부작용은 바로 나타났다. 서울 가양동의 한 전셋집을 보기 위해 10여명이 복도에 줄을 섰고, 제비뽑기로 전세 계약자가 정해졌다. 경제수장도 전세 난민이 되어 조롱받는, 이제껏 경험해본 적 없는 시대를 살게 됐다. 윤 의원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특정 지역 집값을 잡기 위해 전 계층을 대상으로 거시 규제를 하는 나라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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