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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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딜 준비 안 됐다" 英기업들의 다급한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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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자동차, 항공, 화학, 농업, 제약, 기술, 금융 등 영국 산업 전반에 걸친 19만개 회사를 대표한 70여개 경제단체는 17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내고 "빠른 합의는 많은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생계에 더없이 중요하다"며 "영국 정부와 EU가 협상을 계속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성명은 "기업들은 노딜로 인한 혼란에 대비하지 못한 상태"라면서 "협상 타결은 관세와 쿼터 부과 위험을 제거함으로써 투자를 돕고, 관세 협력을 강화해 신뢰를 단단히 하고, 영국 경제의 80%를 차지하는 서비스산업에서 핵심이 되는 자유로운 데이터 이동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성명은 "양보와 끈기가 있다면 협정은 체결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들은 양측 리더들에 길을 찾을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경제단체들이 다급하게 정부를 상대로 한목소리를 낸 건 노딜로 인한 충격이 현실로 다가올 것을 우려해서다. 영국관리자협회(IoD)가 95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기업 4분의 1은 노딜에 대비돼 있지 않으며, 약 절반은 준비가 덜 됐다고 응답했다.
특히 하루 전 존슨 총리가 EU를 상대로 "양보할 게 아니라면 추가 협상에 나설 생각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면서 기업들의 위기감은 부쩍 커졌다. 존슨 총리는 협상의 문을 닫지 않았지만 "브렉시트 전환기간이 10주밖에 남지 않은 만큼 만일의 사태에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존슨 총리는 이날 호주식 모델을 언급했으나 블룸버그는 사실상 노딜이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호주식 모델은 기본적으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기반으로 하되 항공 등 특정 부문에서 별도의 합의를 따르는 형태다.
존슨 총리가 EU에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해 벼랑 끝 전술을 펼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기업들로선 노딜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1월 31일 EU를 공식 탈퇴한 영국은 올해 말까지 일종의 과도기인 전환기간을 거치고 있다. 이 기간 안에 영국과 EU는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한 미래관계 협정을 마무리지어야 한다. 그 안에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내년 1월 1일부터 영국와 EU 교역은 WTO 체제를 적용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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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 시장은 "11월이 진짜 협상 데드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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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존슨 총리의 경고에도 영국 파운드화 시장은 아직 희망을 접지 않은 분위기다. 16일 존슨 총리의 발표 직후 파운드 가치는 달러를 상대로 0.8% 미끄러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낙폭을 대부분 만회했다.
블룸버그는 시장이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후 4년 동안 영국과 EU 간 끊임없는 정치적 잡음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라면서, 애널리스트들은 영국과 EU의 실제 협상 데드라인을 11월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RBC유럽의 애덤 콜 외환전략가는 "만약 협정이 체결된다면 입법을 위해 두 달은 필요하다"면서 "11월 초가 실제 협상 데드라인이 될 것이다. 만일 이 시점에도 노딜이 확실시된다면 파운드 가치가 5%가량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노딜로 자유롭던 양측 교역에 관세 장벽이 들어서면 코로나19로 심한 압박을 받고 있는 영국 경제는 더 힘들어질 전망이다. 씨티그룹과 민간 연구기관인 국가재정연구소(IFS)는 최근 보고서에서 노딜 땐 내년 당장 내년 영국 국내총생산(GDP)을 250억달러어치, 약 1% 갉아먹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6일 브렉시트 불확실성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영국 경제력이 악화했다면서 영국 국가신용등급을 종전 'Aa2'에서 'Aa3'로 한 단계 강등하기도 했다.
로렌스 부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주 보고서에서 "코로나19와 EU 단일시장에서의 이탈은 영국 경제 전망에 극도의 불확실성을 드리우고 있다"며 "팬데믹과 EU와의 미래관계 협상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앞으로 수년 동안 영국의 경제회복 궤도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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