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ZTE/사진=AFP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이 개발도상국에도 중국 통신장비업체를 배제하라고 설득하는 등 시장에서 중국산을 몰아내려고 하는 동안 중국은 우방국인 러시아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미국 정부가 개발도상국들에도 중국 통신장비를 채택하지 말라고 설득하며 재정적 지원도 준비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보니 글릭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차장은 개발도상국들이 중국이 아닌 '민주 국가' 공급자들로부터 하드웨어를 구매할 경우 대출 등 금융 지원에 나서겠다고 했다.

미국 정부가 전 세계를 상대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ZTE(중싱통신) '보이콧'을 압박하고 있는 것의 연장선상에 있다.

USAID는 개발도상국 정치인과 규제 당국을 만나기 위해 직원을 파견하고 중국 화웨이와 ZTE을 사용하는 건 '나쁜 아이디어'라고 설득할 계획이라고 글릭 차장은 설명했다.

미국은 개도국들이 화웨이·ZTE 대신 한국 삼성전자, 핀란드 노키아, 스웨덴 에릭슨과의 거래할 때 자금을 댈 방침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5G 장비를 공급할 생산 기업이 없다.

미국은 영국, 폴란드 등 유럽 국가들에 집중해 5G 관련 '중국 배제'를 주문해왔다. 개도국들은 간과하는 동안 이들 국가가 중국 5G 장비에 뒤덮히는 상황에 직면할지 모른다고 WSJ는 설명했다.

이미 아프리카 시장에선 중국 제조업체들의 점유율이 높다. 시장조사기업 델오로에 따르면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화웨이와 ZTE의 점유율은 50~60%에 달한다.

USAID는 개발도상국들에게 중국 장비는 스파이 행위에 취약하고 중국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은 위험할 수 있다고 설득할 방침이다.

USAID가 직접 대출 비용 지원에 나서진 않고 미 개발금융공사(DFC) 등을 통해 지원할 계획이다. USAID는 이달 연방통신위원회(FCC)와는 개발도상국의 중국 장비 사용에 대한 공동 대응 협약을 체결했다.

화웨이/사진=AFP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와중에 화웨이는 러시아 내 마케팅과 연구개발 투자를 과감하게 늘리며 현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화웨이는 러시아 최대 이동통신사인 '모바일텔레시스템즈'(MTS)와 손을 잡고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극동연방대(FEFU) 캠퍼스 내에 극동 최초의 5G 시험망을 구축했다.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에 주요 서방국 영업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웨이는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최근의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모스크바에서는 화웨이가 주최하는 2020 디지털 커뮤니티 콘퍼런스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러시아 정보통신과 관련해 정책적 방향을 결정하는 러시아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자국의 디지털 인프라 개발에 대한 비전과 목표를 설명했다.

화웨이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니즈니노브고로드, 노보시비르스크, 민스크에 연구개발센터를 두고 있다. 현재 연구개발 부서에 800명의 인력을 둔 화웨이는 2024년까지 현지 인력 1000명을 더 고용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는 러시아 국영 고속도로를 관리하는 아브토도르와 7일 고속도로에 필요한 이동통신 인프라와 관련해 협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런정페이 화웨이 CEO는 최근 중국 대학들을 방문해 "미국이 우리를 제재 명단에 포함한 뒤 미국에 대한 투자를 러시아로 이전했다"고 말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도 앞서 8월 열린 전 러시아 청년 교육포럼에서 "우리는 절대 미국 사례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면서 화웨이와 5G 분야에서 협력할 뜻이 있다고 강조했다.

임소연 기자 goatlim@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