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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JTBC 아침& / 진행 : 이정헌
지구촌 곳곳의 소식을 전문가의 깊이 있는 분석과 함께 전해 드리는 아침& 세계시간입니다. 지난 1965년 우리나라와 수교한 이래 꾸준히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남미 국가 볼리비아에서 지난 18일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습니다. 지구 반대편 남미 대륙 중앙에 위치한 볼리비아에서 지난해 10월 대선이 부정 선거 의혹으로 무산된 뒤 1년 만에 재선거가 실시됐습니다.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후계자로 꼽히는 루이스 아르세 전 경제 장관과 반 모랄레스 성향의 카를로스 메사 전 대통령의 대결로 압축됐습니다. 한국계 목사 정치현 씨도 대권에 도전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출구 조사 결과 아르세 후보가 50%이상 득표로 무난하게 승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르세 후보는 일찌감치 승리 선언도 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루이스 아르세/볼리비아 대선 후보 : 우리가 말해왔듯이, 우리는 모든 볼리비아 국민을 위해 통치할 것입니다. 국민 통합 정부를 구축할 것입니다. 조국의 통합을 이룰 것입니다.]
지난해 대선에서 부정 선거 의혹에 휩싸인 뒤 망명길에 올랐던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복귀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망명지인 아르헨티나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이번 대선 결과를 환영한다며 곧 볼리비아로 돌아가겠다고 말했습니다. 들어보시죠.
[에보 모랄레스/볼리비아 전 대통령 : 나는 조만간 볼리비아로 돌아갈 것입니다. 논쟁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동안 더러운 전쟁의 일부인 많은 과정들과 많은 거짓말이 있었습니다. ]
카를로스 메사 후보도 패배를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개표 결과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볼리비아 선거 관리 당국은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 선거 당일 신속 개표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며칠 뒤 공식 개표 결과를 발표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개표 결과에 따라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볼리비아 대통령 선거 남미 전문가와 좀 더 자세하게 짚어 보겠습니다. 임수진 대구 가톨릭대 중남미 학부 교수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Q. 사실상 모랄레스 대 반모랄레스 구도로 이번 볼리비아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습니다. 출구조사 결과대로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후계자인 아르세 후보가 승리할까요?
A. 지금 대통령이 이미 여론조사 기관들의 출구조사 결과를 받아들이고 아르세 후보에게 축하인사를 전했습니다. 이번 선거 결과를 조금 들여다보면요. 이번 선거가 볼리비아 역사상 또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긴 선거기간이 특징입니다. 그러니까 작년 11월에 부정선거 의혹이 있었고요. 그리고 코로나 때문에 두 차례나 연기를 해서 1년 만에 선거를 한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모랄레스와 반모랄레스 세력의 이런 대립과 혼란이 1년이나 지속됐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런 혼란 속에서 치러진 선거였기 때문에 대선 결과를 놓고 작년처럼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물론 있습니다. 아직 정부의 공식 집계가 끝나지는 않았고요. 한국 시간으로 조금 전 7시에 개표율이 32%였습니다. 개표가 완전히 끝나고 공식 결과를 발표하려면 며칠이 걸릴 것인데요. 그럼에도 대통령이 축하인사를 하면서 건넸던 말이 그러니까 모두를 위한 대통령이 되어달라고 전했습니다. 평화로운 정권 이양이 될 것이고 또 지난 1년 동안의 혼란과 분열을 봉합해 달라는 뜻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Q. 실제로 아르세 후보의 승리가 확정된다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재집권 발판이 마련될 것이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고 있고요. 모랄레스 전 대통령도 앞서 전해 드린 것처럼 망명을 끝내고 귀국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어떻게 전망하세요?
A. 선거 기간 내내 우파 후보들이 주장했던 것이 아르세 후보가 승리하면 모랄레스가 복귀할 것이고 그러면 볼리비아의 민주주의를 수호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현 정부는 모랄레스가 망명지에서 폭력을 선동했다면서 테러 선동 혐의로 검찰을 모랄레스를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부정선거 의혹도 받고 있기 때문에 모랄레스가 돌아오면 사법절차를 따라야 합니다. 그러니까 모랄레스는 몇 시간 전에 또 화해의 시대로 가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그러니까 사법절차를 중단해야 귀국할 수 있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아르세 후보는 생각이 다른데요. 모랄레스의 여러 혐의에 대해서는 귀국해서 직접 밝혀야 한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모랄레스의 귀국 시점과 사법처리 방향이 현재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재집권의 발판이 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Q. 그런데 아르세 후보 결국 대통령이 되더라도 모랄레스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난 1년 동안 극심하게 분열됐던 사회를 통합하고 코로나19 사태로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경제 문제 해결 등 과제들도 만만치 않잖아요. 어떻게 보세요?
A. 아르세 후보가 선거 전 여론조사 결과보다 높은 득표를 하였습니다. 이것은 중도층의 선택이 아르세 후보로 기울었기 때문으로 보고요. 또 우파 임시정부가 코로나 대응에 실패했고 또 경제위기까지 겪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또 과거에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사임한 적이 있는 메사 후보보다는 모랄레스 대통령 집권 당시에 13년이나 경제 장관으로서 볼리비아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아르세 후보를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르세가 집권을 하면 모랄레스와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겠지만 모랄레스 정부 시절의 경제정책은 계속 이어갈 것입니다. 취임 후에 첫 임무를 빈곤층에 대한 긴급지원이라고 밝히기도 하였는데요. 경제 문제를 가장 우선으로 할 것으로 보이고요. 정치적으로는 그러니까 보복 없는 화합의 정치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의회선거에서도 사회주의 운동이 그러니까 여당이 되겠죠. 그래서 과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여서 이전보다는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의 주유소 앞에는 기름을 넣으려는 차량들이 길게 줄을 섰고 마트 등에서 생활 필수품이 모두 팔려서 동이 나는 등 사재기 현상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지난해 대선 이후 극심한 정국 혼란 속에 도로 봉쇄 시위가 이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식량과 의료품 조차 구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직접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아픔을 겪은 뒤 어렵게 다시 치러진 대선인 만큼 이번에는 볼리비아에 화합과 평화가 펼쳐지기를 기대합니다. 지금까지 아침& 세계였습니다.
이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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