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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35년째 해고자 김진숙 “문 대통령님, 우린 어디서부터 갈라진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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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동지’ 문 대통령에 공개 편지

[경향신문]

경향신문

전태일 열사 앞에서…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왼쪽)과 YH무역 여성노동자의 신민당사 농성 당시 노조 위원장을 지낸 최순영 전 의원이 20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 전태일다리에서 김 위원 복직 촉구 기자회견에 앞서 포옹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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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거리서 함께했는데
해고자·대통령으로 다른 삶
죽어야 드러나는 노동자들
노동존중 정부서 더 열악해”
노동환경 개선·복직 촉구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알리고 자신의 복직을 촉구하는 편지를 썼다.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인 그는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노동운동을 하다 해고돼 35년째 원래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김 지도위원은 20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 전태일다리에서 함세웅 신부 등 시민사회 인사 172명과 함께 복직 촉구 기자회견을 연 자리에서 편지를 공개했다. 김 지도위원은 편지에서 “1986년 최루탄이 소낙비처럼 퍼붓던 거리(에 있던) 때도 우린 함께 있었고, 1991년 박창수 (한진중공업 노조) 위원장의 죽음의 진실을 규명하라는 투쟁의 대오에도 우린 함께였다.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의 자리에도 같이 있었다”면서 “어디서부터 갈라져 서로 다른 자리에 서게 된 걸까. 한 사람은 열사라는 낯선 이름을 묘비에 새긴 채 무덤 속에, 한 사람은 35년을 해고노동자로, 또 한 사람은 대통령이라는 극과 극의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지도위원은 “노동 없이 민주주의는 없다는데 죽어서야 존재가 드러나는 노동자들”이라며 “최대한 어릴 때 죽어야, 최대한 처참하게 죽어야, 최대한 많이 죽어야 뉴스가 되고 뉴스가 끝나면 그 자리에서 누군가 또 죽는다”고 했다.

그는 “민주주의가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라면, 가장 많은 피를 뿌린 건 노동자들”이라며 “그 나무의 열매는 누가 따먹고, 그 나무의 그늘에선 누가 쉬고 있는 걸까”라고 물었다.

김 지도위원은 “그저께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저의 복직을 응원하겠다고 오셨다. 우린 언제까지나 약자가 약자를 응원하고, 슬픔이 슬픔을 위로해야 하는 걸까”라면서 “그 옛날 저의 해고가 부당하다고 말씀하셨던 문재인 대통령님, 저의 해고는 여전히 부당하다”고 글을 맺었다.

김 지도위원은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노동존중 정부라는데 노동자들의 삶이 더 열악해진 것 같다. 택배노동자가 많이 죽고 있지만 그런 현실이 안 바뀐다. 코로나19를 이유로 많은 노동자가 잘리기도 했다. 대책이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대통령 스스로 노동존중 사회를 말했지 않나. 대통령의 말엔 무게가 실려야 한다”고 했다.

앞서 그는 1981년 한진중공업의 전신인 대한조선공사에 입사해 용접사로 일하다 1986년 7월 해고됐다. 노조 대의원으로서 집행부의 비리를 폭로하는 유인물을 제작·배포했다는 게 이유였다. 이후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으로서 노동 현장에 계속 머물렀으나 해고 상태에는 변함이 없었다. 김 지도위원이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된 후 관련 법에 따라 민주화운동보상위원회가 2009년과 올해 사측에 그의 복직을 권고했지만 사측은 수용하지 않았다. 김 지도위원은 올해 정년(만 60세)을 앞두고 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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