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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캣츠 공연 중 미국 어머니 별세, 그래도 무대 올라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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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무대 선지자역 브래드 리틀

고양이 그려진 마스크 쓰고 출연

9월 팬데믹 속 개막, 12월까지 연장

“으르렁거리는 그롤타이거 꼭 보길”

중앙일보

뮤지컬 ‘캣츠’ 에 출연 중인 브래드 리틀, 조아나 암필, 댄 파트리지(왼쪽부터). [사진 클립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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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츠’ 공연 중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공연은 계속하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감정을 추스르기 힘들었다. 관객들에게 등을 보이며 손을 들었는데 그건 어머니에게 하는 인사였다.”

3년 만에 ‘캣츠’ 내한 무대에 다시 오른 뮤지컬 배우 브래드 리틀(56)이 20일 기자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그는 ‘캣츠’의 선지자 고양이인 ‘올드 듀터러노미’로 12월 6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 무대에 선다. 리틀은 “지난달 공연 개막 뒤 미국에 있던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들었지만 무대에 올라야 했다”고 했다.

리틀은 한국 뮤지컬 팬들에게 인기가 많다. 2005년 ‘오페라의 유령’ 첫 내한공연이 열린 서울 예술의전당엔 팬이 겹겹이 줄을 섰다. 2017년 한국인과 결혼해 서울에서 살고 있다.

‘캣츠’ 내한공연 제작팀은 코로나 상황이 심해지자 고양이의 얼굴 분장이 그려진 마스크를 제작했다. 리틀도 이 마스크를 쓰고 출연한다. 연출과 동선 등도 방역 기준에 맞춰 조정됐다. 그는 “분장 마스크, 등장하는 방법, 안무 등이 개막 일주일 전에야 완성됐다”며 “팬데믹 기간 최선을 다해 예술을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캣츠’는 T.S.엘리엇의 시를 바탕으로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음악을 쓰고 질리언 린이 안무한 작품. 1981년 런던에서 초연됐다.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과 함께 전 세계 뮤지컬의 ‘빅 4’로 불린다. 한국 공연은 1994년 이후 2017년까지 8차례 열렸고 국내 뮤지컬 사상 최초로 누적 관객 200만명을 넘어섰다. 리틀은 “이번 공연은 40년 전 원본에 가장 가까운 공연이다. 고양이의 회상 장면에 으르렁거리는 그롤타이거(Growltiger)가 나오는데 그걸 꼭 보셔야 한다”고 말했다.

리틀은 1984년 미국에서 ‘에비타’로 데뷔했고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레미제라블’ 등에서 주연을 맡았다.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역으로 2700회 넘게 출연했다. 리틀은 “‘캣츠’ 첫 장면에서 격하게 춤추다가 타이어 위에 서서 노래한다. 이때 내가 얼마나 늙었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리틀이 맡은 ‘올드 듀터러노미’는 고양이들을 정신적으로 이끈다. 본래 휴식 시간에 관객석에 와 청중과 포옹도 한다. 하지만 이번 공연엔 생략됐다.

‘캣츠’ 공연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이던 지난달 9일 객석 띄어 앉기 방식으로 시작해 본래 다음 달까지 공연 예정이었지만 한 달 더 공연한다. 12월엔 대구로 무대를 옮긴다. 리틀은 “리허설을 할 땐 거리두기 1단계에서 2단계가 됐고, 개막할 땐 2.5단계가 됐다. 불안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늘 해냈던 한국답게 단계를 내렸다. 내가 미국인이라 말할 수 있지만, 미국이라면 못 했을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주요 배역인 그리자벨라, 럼 텀 터거 역을 맡은 조아나 암필, 댄 파트리지도 참석했다. 파트리지는 “한국은 처음인데, 팬데믹 시국에 한국인들이 가진 철칙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똘똘 뭉쳐 난관을 이겨냈다”며 “마스크를 써도 관객과의 교감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돼 놀라웠다”고 했다. 암필은 “공연은 인간에게 꼭 필요하다. 감정을 해소하고 새로운 감정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관객과 배우 모두에게 그런 역할을 한다”고 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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