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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9 (수)

[사설] 코로나 위기속 10조 M&A 승부수 던진 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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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미국 인텔사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사업을 10조3104억원에 사들이는 계약을 체결해 D램에 이어 낸드에서도 세계 2위를 차지하게 됐다. 이번 인수·합병(M&A)은 삼성전자가 차량용 전장 업체인 하만을 80억달러(9조3000억원)에 사들였던 것보다 1조원이나 큰 국내 기업 사상 최대 규모다. SK하이닉스로서는 삼성전자와 함께 세계 메모리 반도체시장 1·2위를 확고히 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이번 인수는 코로나19 위기로 글로벌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최태원 SK 회장이 던진 승부수여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8년여 전 하이닉스를 사들일 때도 사내외에 부정적 시각이 많았지만 최 회장이 결단해 주력으로 키워낸 것처럼 또 한 번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란 기대다. SK하이닉스는 앞서 일본 키옥시아(옛 도시바) 지분을 인수해 낸드 사업 육성에 나섰지만 5위권에 머물러 있었다. 이번 M&A로 지난 2분기 기준 11.4%였던 낸드 시장점유율을 22.9%로 올리며 3위인 키옥시아의 점유율 17.3%를 뛰어넘게 된다. SK하이닉스의 낸드 시장점유율은 한때 17%대였지만 2008년 이후에는 10% 안팎으로 떨어져 회복하지 못했다. 낸드 단품 개발력은 최고지만 두뇌 역할을 하는 컨트롤러 등 솔루션 역량이 열세여서다. 이번에 솔루션 기술력이 뛰어난 인텔 사업부문을 인수해 SSD 속도를 좌우하는 컨트롤러 역량을 높이면 새 성장판을 달게 된다. SK하이닉스 경영진과 직원들도 낸드와 솔루션 사업 역량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지난 2분기에 낸드 사업 중 SSD 비중을 처음 50%로 올리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코로나 사태로 촉발된 비대면 경제 확대로 수요가 증가한 기업용 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사업을 키울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7분기 연속 적자로 위기에 빠졌던 낸드 사업을 궤도에 올려 매출·영업이익이 개선된다. 단기 실적 부담이나 비싼 인수가격 논란도 없진 않지만 과잉투자를 줄이고 장기 성장성을 확보한다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와 함께 K반도체 입지를 더 확실히 다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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