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고창 70대, 대전 80대 접종 뒤 사망…독감백신 불안감 확산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인천 고3에 이어 사망자 세 명째

대전 유족 “평소 밭일 할 정도 건강”

시민 “문제 없다는 정부 말 믿겠나”

전문가 “수십 년 접종, 공포심 과해”

중앙일보

겨울을 앞두고 독감 예방접종을 받으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20일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에서 시민들이 독감 예방접종을 위해 건물 밖까지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문제 없다는 정부 말만 믿고 예약한 건데….”

지난 19일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을 예약한 직장인 백모(26)씨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독감 백신을 맞은 고등학생에 이어 70, 80대 노인 2명이 숨졌다는 소식을 잇따라 접하면서다. 백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독감 증상이 비슷하다고 해서 가족과 함께 예방접종 주사를 맞으려고 했다”며 “상온 노출 사건 때문에 안 그래도 불안했는데 연달아 사망사고가 터지니 정부를 믿어도 되는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독감 백신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백신 상온 노출과 침전물 발견 등으로 독감 예방접종 시기가 한 차례 미뤄진 데다 접종자 사망사건이 잇따라서다.

20일 대전에선 80대 남성이 독감 백신을 맞고 다섯 시간 뒤 숨졌다. 대전시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쯤 서구 관저동에 사는 A씨(82)가 의식불명 상태로 쓰러져 있는 것을 가족이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오후 3시쯤 사망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이날 오전 10시쯤 동네 의원에서 백신 주사를 맞은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백신은 한국백신이 제조한 코박스인플루4가PF주로 파악됐다. 상온 노출이나 침전물 관련 백신은 아니다.

A씨의 차남 B씨(50)는 “(숨진) 아버지는 고혈압이나 당뇨 등 기저질환이 없었다. 밭일은 물론 종종 도배일을 나갈 정도로 건강했다”며 “백신 접종으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버지는 독감 백신을 이번에 처음으로 접종했다”며 “접종 후 집으로 귀가했고, 1~2시간 만에 쓰러져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전북 고창에서도 C씨(78·여)가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C씨는 전날 동네 의원에서 독감 백신을 맞았다. 해당 백신은 보령플루VIII테트라백신주로 확인됐다. C씨는 평소 고혈압과 당뇨를 앓았던 것으로 조사됐으나 건강에 큰 이상은 없었다는 게 이웃들의 얘기다. 보건당국은 C씨와 같은 날 동일 병원에서 접종한 주민 99명을 조사해 현재 94명은 이상반응이 없는 걸로 확인했다.

백신 상온 노출 문제가 불거져 접종을 미뤘다가 다시 예약했다는 직장인 이모(24)씨는 “성인이 된 후 독감 백신을 맞아 본 적이 없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접종하려고 했다”며 “사망사고를 접하고 보니 맞아도 될지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경기도 용인시 한 이비인후과의 박모(55) 원장은 “어제보다 독감 접종 환자가 60% 정도 줄었다”며 “백신 안전성 여부를 확인하는 문의전화도 오늘 오전에만 7통 정도 받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백신 공포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독감 백신은 이미 수십 년 동안 맞아 온 접종 주사”라며 “이번 사례로 과도한 공포심을 갖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독감 백신 접종으로 단기간에 사망한 사고는 의학계에서 드문 사례”라며 “과거 경험에 비춰봤을 때 백신 접종을 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얻는 피해를 비교해 보면 실익이 많다”고 설명했다. 한편 질병관리청은 백신 접종 후 지난 16일 숨진 인천 고3 학생과 관련, “독감 예방접종과의 인과관계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현재로선 백신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백신 접종 사업을 중단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현주·심석용·이은지 기자

대전·고창=김방현·김준희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