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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사설] 잇단 백신 접종자 사망… 국민 불안 서둘러 해소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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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독감백신 접종자가 숨진 사건이 잇따르면서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어제 전북 고창과 대전에서 독감백신을 맞은 70대 여성과 80대 남성이 숨졌다. 16일 인천에선 17세 남자 고등학생이 독감백신을 접종한 지 이틀 만에 사망했다. 이 학생은 알레르기성 비염 외엔 특이 기저질환이 없었고 같은 곳에서 백신을 맞은 30여명도 이상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질병관리청은 학생 사망 후 사흘이 지나서야 이 사실을 공개해 논란을 빚었다. 당국은 독감백신 접종과 사망 간의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현재까지 이상반응은 350여건으로 대부분 경미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니 안심할 수 없는 노릇이다.

국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국 보건소와 병원에는 독감백신이 안전한지를 묻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접종을 미루거나 취소하는 사례도 나온다. 아이들에게 독감백신을 접종시킨 부모들은 좌불안석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무료 접종한 분들 괜찮은가’, ‘유료 접종을 해야 하나’와 같은 글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 독감백신 접종자는 1000만명에 육박하며 이 중 무료 접종이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백신 부실관리와 늑장대응 탓에 방역당국의 신뢰에 상처가 난 지 오래다. 질병관리청은 한 달 전 유통과정에서 백신이 상온에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후 “문제의 백신을 맞은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했지만 그 후 상온 노출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3000명 이상으로 불어났다. 얼마 전에는 이미 유통된 일부 백신에서 흰색 침전물이 발견돼 제조업체가 자진 회수에 나섰다. 해당 백신을 맞은 사람은 1만9000명에 이르고 미회수 물량은 1만명분을 웃돈다.

이번 사망 사건의 경우 접종한 백신은 상온에 노출되거나 흰색 침전물이 검출된 제품이 아니라고 하니 다행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독감백신 관련 사망 사례는 2009년 65세 여성 1건뿐이다. 지나친 우려는 금물이다. 그렇다고 백신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될 일이다. 자칫하면 올 가을·겨울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 신뢰 복원이 우선이다. 방역 당국은 치밀한 조사로 백신 접종과 사망 간 관련 여부를 명백히 밝혀내 국민 불안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상온 노출과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백신의 유통·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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