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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17세 이어 76세·82세 숨져… ‘공포의 독감백신’ 맞아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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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고창·대전서 최근 접종자 잇단 사망

세계일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는 지난 20일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에 내원객들에게 접종될 백신이 놓여 있다. 뉴스1


최근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접종한 인천 10대가 갑자기 사망한 데 이어 전북 고창과 대전에서도 각각 70대 여성과 80대 남성이 독감 백신을 맞은 뒤 숨진 것으로 파악되면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아직 이들의 사인으로 독감 백신을 특정할 순 없다는 입장이지만 곳곳에서 “맞아도 괜찮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보건당국과 각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쯤 대전 서구 관저동에 사는 A(82)씨가 사망했다. A씨는 전날 오전 10시 동네 한 내과의원에서 독감 백신 주사를 맞은 뒤 오후 2시쯤 자택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발견됐다. 그가 맞은 백신은 ‘상온 노출’로 효능 저하가 우려되거나 ‘백색 입자’가 검출된 제품은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고혈압이나 당뇨 등 기저질환(지병)도 없었고, 접종 전후에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대전에서는 지난 19일에도 독감 백신을 맞은 70대 여성이 의식 불명 상태에 빠지는 일이 발생한 적 있다.

같은 날 고창에서도 독감 백신을 맞은 7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돼 보건당국이 인과관계를 확인 중이다. 전북도 등에 따르면 B(78·여)씨는 지난 19일 오전 9시쯤 동네 한 의원에서 독감 백신을 맞았는데, 전날 오전 7시쯤 집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경찰은 그의 몸에서 별다른 외상을 발견하지 못했고, 범죄 연관성도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B씨 역시 평소 건강한 편이었으며, 그가 맞은 백신도 문제가 제기된 백신은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B씨와 함께 같은 의원에서 백신을 맞은 주민 대부분은 이상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앞서 지난 14일 독감 백신을 접종한 인천의 한 고교 3학년 C(17)군이 이틀 뒤인 16일 오전 숨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C군은 알레르기성 비염 외 특별한 질환이 없었고, 접종 전후에도 특이사항이 없던 것으로 파악됐다. C군이 맞은 백신은 정부가 각 의료기관에 제공한 국가조달물량 백신이다. 앞서 신성약품이 유통한 국가조달물량 백신 중 일부가 유통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되면서 적정온도(2∼8도)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접종이 전면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진 바 있다. C군이 접종한 백신은 유통 과정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일보

만 70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독감 백신 무료 접종 사업이 시작된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강남지부 접종실의 모습. 연합뉴스


독감 백신 접종자들의 잇단 사망에 보건당국은 촉각을 세우고 있다. 당국은 독감 백신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매우 낮으며, 숨진 이들의 사인과 백신 접종 간 인과관계 등을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브리핑에서 “예방 접종 후 신고된 이상반응 사례와 접종과의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역학조사와 피해조사반의 조사 등을 통해 인과관계 부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현재까지 독감 백신 합병증으로 보상이 인정된 사례는 2009년 숨진 65세 여성 단 한 명뿐이다.

온라인 공간 등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블로그, 맘카페 등에서는 “아이들이 맞은 독감 백신은 괜찮은 거냐”거나 “무료 접종한 사람들은 괜찮냐” 같은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질병청과 각 지자체, 경찰은 부검 등을 통해 사망한 이들의 사인을 명확히 밝혀낼 계획이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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