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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미술의 세계

[신간] 영달동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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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식증 일기·여자들의 집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 영달동 미술관 = 미술에 미친 남자와 책밖에 모르는 남자가 의기투합해 써 내려간 색다른 미술 소설이다.

작가 피지영은 평범한 직장인이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서양 미술에 빠져 3년간 미술책 1천권을 독파하고 유럽으로 '공부'를 다녀온 뒤에 서양 미술 도슨트(안내 해설가)가 됐다. 다른 저자 이양훈은 출판 디렉터이자 에디터로 20년째 남의 글만 다듬다가 첫 소설을 쓰게 됐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포기하고 남도 고향 '영달동'으로 돌아온 스물아홉 청년 도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퇴락한 동네에서 편의점 임시직으로 근근이 혼자 살아가던 그는 어느 날 상가들이 다 떠난 자리에 새로 들어선 미술관과 마주친다.

밤에만 간간이 문을 여는 미술관에서 도현은 도슨트의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고흐와 뒤피, 마코프스키, 시시킨, 베르메르, 브뤼헐의 그림을 접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점점 그는 현재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커지고 고향에 대한 애정을 다시 회복해간다.

그는 초등학교 동창인 주민센터 직원 정현과 함께 김장 행사를 연 자리에서 자신에게 찾아온 변화가 미술관 덕분이었다고 털어놓지만, 돌아온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이 동네에 미술관 같은 건 없다는 답이었다. 미스터리한 '영달동 미술관'과 친절한 도슨트는 실존일까, 아니면 외롭고 힘든 사람들이 본 환영일까?

행복한작업실. 240쪽. 1만4천원.

연합뉴스



▲ 거식증 일기 = 요절한 프랑스 작가 발레리 발레르의 첫 작품이다.

열일곱 어린 나이에 펴낸 이 자전 에세이로 언론과 평단에서 "천재 여성 작가의 출현"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발레리가 열세살 시절 가정불화의 충격으로 앓았던 거식증의 고통스러운 경험이 생생하게 담겼다. 당시 그는 정신병동에 강제 입원한 넉 달 간 시간을 낱낱이 기록했고, 퇴원 후 2년 뒤인 열다섯 살 시절 3주 만에 이를 폭풍처럼 정리했다.

넉 달간의 '감금'은 무지와 억압과 부조리로 가득한 지옥과 같았기에 그는 2년간의 고민 끝에 당시 체험했던 이야기를 하기로 결심했다.

출판사 열 곳에 원고를 보냈지만 거절당하거나 원고를 수정하길 원했다. 그러나 다행히 메이저 출판사에서 1978년 출판됐다.

소녀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긴 글은 프랑스가 경악했고 50만부가 넘게 팔려나가는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1979년에 첫 소설 '말리카 혹은 여느 날과 같은 어느 날'을 발표하며 주목받았고, 1981년 두 번째 소설 '하얀 강박관념'을 펴냈지만, 결국 트라우마를 이기지 못하고 이듬해인 1982년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짧은 생을 마친다. 향년 21세였다.

프랑스 문학 전문가인 박광수가 옮겼다.

아도니스. 336쪽. 1만5천원.

연합뉴스



▲ 여자들의 집 = 홈리스 여성 400명이 모여 사는 쉼터에 유능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변호사 솔렌이 자원봉사를 하러 간다.

소외 계층의 의미를 현실적으로는 알지 못했던 그는 이곳 사람들을 만나면서 빈곤과 차별이 여성의 삶을 무너뜨린다고 생각한다. 솔렌은 그들의 생존 방법을 지켜보고 배우면서 작은 움직임을 통해 많은 걸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게 된다.

프랑스 작가이면서 영화감독과 배우를 겸하는 래티샤 콜롱바니의 장편소설이다. 임미경 옮김.

밝은세상. 348쪽. 1만5천원.

연합뉴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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