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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5000명 울린 희대의 중고물품 사기… ‘얼굴 없는 그놈들’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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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항의하면 보복 테러

세계일보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7년 동안 희대의 물품 사기극을 벌인 ‘얼굴 없는 그놈’ 일당이 잡혔다.

제주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온라인 중고장터에서 5000여명을 상대로 총 49억을 가로챈 강모(38)씨 등 총책과 조직원 30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및 범죄단체조직 활동 혐의로 붙잡아 이 가운데 14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4년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필리핀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총책과 조직원 모집책, 통장모집책 등 전문 사기단을 조직한 후 범행에 나섰다.

이용자들이 많은 온라인 중고장터를 중심으로 활동한 이들은 위조 신분증과 사업자등록증, 가짜 사업장, 포털사이트 장소 등록 등을 활용해 물품 판매 글을 올렸다.

지금까지 밝혀진 피해자만 5092명이며, 피해액은 49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물품 대금을 대포통장으로 송금받아 해당 수익금을 가상화폐로 세탁하는 수법을 썼다. 대포통장은 고액 알바를 미끼로 주부 등으로부터 명의를 빌려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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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피해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유명 포털사이트에 매장을 등록해놓거나 위조된 명함을 사용했다. 포털사이트 매장 등록에 특별한 확인 절차가 없는 점을 악용했다.

이들은 주로 고가의 가전제품, 명품시계, 상품권, 여행권, 골드바 등을 시중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다고 유인했다. 개당 4만5000원에서 많게는 3120만원을 가로챘다.

피해자 A씨는 “시세보다 싸게 카메라 매물이 나왔고, 판매 등록증도 보내 주고 해서 믿고 입금을 했는데 연락이 두절됐다”며 “온라인상에서 중고품 거래하면서 이런 사기를 당해본 경험이 없으니까 당연히 나는 아니겠지 하고 했었는데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기가 의심되거나 들통나 피해자들이 항의하거나 온라인상에서 자신들의 범행을 방해하는 피해자들에게는 음식을 대량으로 배달시키거나, 전화를 지속해서 하는 등 보복 테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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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기나라’ 카페 스텝들이 이들을 추적하고 범행을 예방, 홍보하는 활동을 벌여 왔다.

제주 경찰이 검거한 중고장터 사기단은 지난 1월1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프로그램에서 ‘사기의 재구성-얼굴 없는 그놈을 잡아라’편에 소개된 일당이다.

1월 22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온라인 중고장터 전문 사기조직 ‘그놈’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주세요’란 제목으로 글이 올라와 1만5388명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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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그것이 알고 싶다 화면 캡처


2년 전부터 이들의 소재 파악에 집중한 제주경찰은 인터넷 IP와 가상화폐, 통장 등의 추적으로 검거에 성공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직적 사기 범행이 경제 질서 및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는 악질적인 범죄인만큼 끝까지 추적해 공범을 검거할 계획이다”며 “이들의 범죄를 모방한 신생 범죄단체에 대한 수사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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