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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연합시론] 지연된 공수처 출범, 특검 연계로 더 지체되는 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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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한 단독 심사 강행 의지를 밝혔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 국민의힘에 현행 공수처법에 따른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선정 여부를 오는 26일까지 분명히 해달라고 촉구했다. 김 원내대표는 "26일이 지나면 법 개정 절차를 개시하겠다"고 못 박았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의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지 꼭 한 달 만이다. 현행법은 후보추천위원 7명 중 4명을 교섭단체인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 2명씩 선임토록 하고 있다. 민주당은 여당 몫 2명을 국회로 넘겼으나, 국민의힘은 납득할만한 설명 없이 차일피일해왔다. 그러자 교섭단체 대신 국회가 4명을 모두 선임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하게 된 것이다. 공수처법은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20대 국회에서 처음 법안을 발의했고, 수정·보완 작업을 거쳐 작년 12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당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반대에도 여야 5당의 공조를 통해 처리됐다. 법대로라면 공수처는 지난 7월 15일 출범했어야 했지만 100일 가까이 지났다. 출범을 더는 늦춰서는 안 된다.

국민의힘은 어제서야 독자적인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모처럼 분명한 입장을 내놓은 셈이다. 현행법에서 자신들이 보기에 '4가지 독소조항'을 빼자는 내용이다. 편향적인 고위공직자 사찰 가능성을 차단하려면 수사대상을 '직무관련 범죄'를 제외한 부패범죄에 한정해야 한다는 게 그 첫 번째다. 공수처 검사는 헌법상 근거가 분명치 않은 만큼 기소권을 불허해야 한다는 게 두 번째다. 세 번째와 네 번째는 검찰, 경찰과 수사가 중첩될 경우 공수처가 지닌 범죄수사 강제이첩권과 통지의무, 기소 의뢰한 사건을 검사가 불기소할 경우 그 결정이 적정했는지를 재판부에 물어보자는 재정신청권을 삭제하자는 것이다. 이에 민주당은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라는 본연의 역할을 없애려는 것"(신영대 대변인)이라며 '시간끌기용'이고 '식물 공수처법 개정안'이라고 협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국민의힘이 삭제하자는 '독소조항'이 공수처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핵심조항'이라는 얘기여서 타협과 절충의 여지는 전혀 없어 보인다. 후보추천위원 선정이라는 절차적 문제가 끝나는 즉시 공수처 출범이 가능한데 뒤늦게 법안의 핵심내용 변경을 들고나오는 국민의힘의 모습은 순수해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공당이라면 정도를 걸어야 한다.

국민의힘은 한 걸음 더 나갔다. 공수처 출범과 라임·옵티머스 특검을 연계시킨 것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20일 "이 기회에 공수처도 발족하고 라임·옵티머스 특검도 하고 청와대 특별감찰관도 지명하고 북한인권재단 이사도 임명하자"고 했다. 그동안 공수처와 관련한 국민의힘의 입장은 계속 '진화'해왔다. 처음엔 후보추천위원 선정 보이콧을 통해 비토권을 행사하려 했다가, 여론의 압박을 느끼자 공석 상태인 특별감찰관후보 추천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임명을 공수처장 후보 추천과의 연계 카드를 들고나왔다. 민주당이 일부를 받아들여 공수처장 후보와 특별감찰관 후보의 '동시 추천'을 제안하자, 국민의힘은 '선(先)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 후(後) 공수처장 후보 추천'으로 역제안했다. 그 후에 한 달이 지난 지금엔 라임·옵티머스 특검까지 요구하고 나선 걸 보면 어떻게든 공수처 발족을 저지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현행법을 준수하면 되는 공수처 출범과 특검은 전혀 다른 사안이다. 라임·옵티머스 사건은 현재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일단 지켜보는 게 옳다. 검찰의 수사 결과가 미진하고 의혹이 더 커진다면, 그때 가서 특검을 해도 늦지 않다. 특별감찰관 후보와 동시 추천 등 적절한 선에서 타협하는 게 하나의 방안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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