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4 (금)

[N리뷰]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여성들의 연대가 그려낸 긍정적 승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뉴스1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스틸/롯데엔터테인먼트 ©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고졸 여성 말단 사원들이 뭉쳐 마침내 '승리'를 이끌어낸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감독 이종필)은 특별하지 않는 평범한 이들이 만들어낸 승리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려냈다.

21일 개봉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995년 입사 8년차, 업무능력은 베테랑이지만 늘 말단. 회사 토익반을 같이 듣는 세 친구가 힘을 합쳐 회사가 저지른 비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을지로를 당당히 걸어가는 자영(고아성 분), 유나(이솜 분), 보람(박혜수 분)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90년대 사무실의 현실을 그대로 담아냈다. 고졸 출신인 여성 사원들은 자줏빛에 몸에 딱 맞는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시간에 맞춰 커피를 탄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유나는 냉소적인 모습으로 이 같은 행태에 회의감을 드러낸다. 자영 유나 보람은 각각 부서에서 업무적 능력과 열의를 드러내나 고졸이기 때문에, 사무보조 업무에 그치곤 만다. 자영보다 늦게 들어온 대졸 직원은 어느새 '대리'로 진급했다. 와중에 1995년, 국제화 시대를 맞이해 삼진그룹은 고졸 직원들에게토익 600점을 넘기면 대리 진급 기회를 부여한다고 알린다. 셋을 비롯한 고졸 사원들은 출근 전 영어토익반을 다니며 열의를 볼태운다.

시대상을 그려낸 영화는 자영이 공장에 다녀온 뒤 본격적인으로 전개된다. 하수구에서 페놀이 '콸콸' 유출되는 장면을 목격한 뒤, 자영은 고심 끝에 대리를 통해 보고서를 제출한다. 이후 회사를 믿고 주민들의 합의서를 받으러 다니지만, 목격한 주민들의 모습에서 자영의 의심은 커지고 결국 진실을 위해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자영이 움직이는 동기는 "자신이 하는 일이 남에게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유나와 보람은 자영을 돕기 위해 자연스레 그 진심에 합류한다. 하지만 대기업을 상대로 한 말단 사원들의 움직임은 쉽지 않다.

영화는 자영처럼 정직하다. 정의로운 주인공 캐릭터가 올바름을 위해 달리듯, 영화 역시 이들을 정직하게 쫓아간다. 특히 셋 만의 움직임은 자연스레 더 큰 여성 연대로 이어지는데, 당당하게 앞장서서 거리를 걷는 고졸 여성 사원들의 떼 신이 이를 상징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영화는 긍정적 승리를 완성해낸다. 정직한 자영과 매력적인 유나와 어리바리하지만 천재인 보람, 그리고 숨은 공신으로 활약하는 여성 사원들은 유쾌하게 "아이 캔 두 잇! "(I can do it!)을 외치며 힘을 보탠 것이다.

영화는 사회고발적이지만, 시종일관 유쾌함도 잃지 않는다. 다만 영화 말미 감동을 끌어내기 위해 반전을 거듭하는 장면 묘사가 길게 이어지면서 아쉬운 마무리를 남긴다. 그럼에도 마음이 동하는 이유는 여성 연대, 나아가 평범한 인물들의 연대가 정의를 끌어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영, 유나, 보람으로 분한 고아성, 이솜, 박혜수의 매력도 영화 속에서 빛을 발한다. 이들은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각 캐릭터로 완벽하게 변신해 훌륭한 앙상블을 보여준다. 이는 합숙 등으로 보여준 캐릭터에 대한 배우들의 열정이 만든 결과다.

이종필 감독은 "판타지일지 언정, 영화의 짧은 시간 안에 이 고졸 말단 여성 사원들이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눈에 잘 보이지 않던 이들을 담아내며 공감대를 끌어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영화는 정의를 위해 "아이 캔 두 잇!"을 외치며 연대한 이들의 정직한 교훈을 전한다. 러닝타임 110분. 21일 개봉.
seunga@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