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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분당 34만원 버는 '8층 여자'…천우희 "뇌를 꺼내놓고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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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부작 시리즈 '더 에이트 쇼'에서 자극에 미친 8층 여자 역할을 맡은 배우 천우희.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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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쌓일수록 돈을 버는’ 정체 모를 쇼에 참여한 사람들. 쇼를 주최한 이들의 마음을 얻어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서로 피투성이가 될 정도로 싸운다. 8층으로 나뉜 격리된 공간에서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상황은 계속된다.

다들 ‘이게 맞나?’ 싶은 회의감에 젖어가는 와중에 시종일관 깔깔대며 즐기는 참가자가 있다. 분당 34만원을 버는 8층에 입주한 여자다. 넷플릭스 8부작 시리즈 ‘더 에이트 쇼’에서 8층 여자를 연기한 배우 천우희(37)는 이번 작품을 통해 관능과 광기를 동시에 지닌 인물에 도전했다.



자극에 미친 8층 여자 연기…“뇌를 꺼내놓고 연기했다”



23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그는 “배역을 맡을 때 공감과 연민이 가는 인물을 주로 선택했었는데, 8층은 완전히 반대에 놓인 인물”이라면서 “처음엔 호기심으로 역할을 선택했는데, 정작 촬영이 시작되니 인물을 풀어내는 데 고민이 많았다. 뇌를 꺼내놓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영화 ‘써니’(2011)에서 일명 ‘본드녀’ 상미 역할을, ‘우상’(2019)에서 조선족 최련화 역할을 맡으며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바 있는 그는 “다양한 광인 연기를 해봤지만, 그간 연기했던 인물 중 8층은 단연 톱(top) 중 톱이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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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우희는 그간 연기한 다양한 광인들 중 '더 에이트 쇼'의 광인을 가장 강렬한 캐릭터로 꼽았다.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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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후반부로 갈수록 쇼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다른 참가자들과 달리, 8층은 잔혹한 상황을 즐기는 유일한 참가자다. 8개 층 통틀어 가장 많은 액수를 벌면서 쇼 안에서 마음껏 소비하고 식음료 배분 등 권력을 손에 쥐는 인물이다.

다른 참가자들 앞에서 속옷만 착용한 모습을 보이거나 담배를 피우는 8층의 자유분방한 면모들은 천우희의 연기로 자연스럽게 표현됐다. 천우희는 “8층은 무료함을 없애고 싶어한 사회 부적응자”라면서 “바깥에선 (행위 예술가로) 대중에게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쇼 안에서 권력을 손에 쥐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모두 할 수 있는, 자신만의 유토피아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쾌감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을 촬영하는 약 6개월이 “내려놓음의 연속이었다”고 그는 털어놨다. “도파민에 취해 있는 8층을 표현하려면, 자극·유희·쾌락·본능과 같은 모습들을 충분히 담아내야 한다. 동시에 이런 모습이 일차원적이거나 통속적으로 보이면 안 되고 무엇보다 시청자에 피로감을 줘서는 안 되기 때문에 적절한 선을 두고 줄타기를 잘 해내야 했다”고 말했다.

극 중 "저는 한 끼밖에 안 먹어요"라는 대사에 걸맞게 마른 몸매를 유지하면서도 관능미를 강조해야 했기에 촬영 기간 내내 식이요법도 놓을 수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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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우희가 출연한 두 작품, '더 에이트 쇼'와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넷플릭스 국내 톱10 시리즈 부문에서 각각 1위, 2위를 차지했다.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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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방영 중인 JTBC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이하 ‘히어로’)에서 결혼사기단 일원인 도다해 역할을 맡은 천우희는 ‘더 에이트 쇼’와는 정반대인 단아하고 차분하거나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선보이는 중이다. 최근 넷플릭스 국내 톱10 시리즈 부문에 천우희가 출연한 두 작품이 나란히 1위(‘더 에이트 쇼’)와 2위(‘히어로’)에 오르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각기 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정반대의 매력으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 것에 대해 그는 “배우로서는 최고의 순간 중 하나”라면서 “두 작품 모두 연기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작품 속에서 캐릭터를 풀어나갈 때는 접근 방식이 달랐다”고 말했다.

“‘더 에이트 쇼’는 작품의 전체 이야기 속에서 8층의 모습을 ‘어디까지 보여줄 것인지’를 두고 감독님, 다른 캐릭터들과 타협하고 조율했다.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기 때문에 제가 표현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면 이야기 흐름에서 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히어로’ 속 도다해는 인물의 서사가 극의 전개를 끌고 나가기 때문에, 인물의 정서와 행동을 보다 풍부하게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2004년 영화 ‘신부수업’으로 데뷔한 그가 연기를 시작한 지 어느덧 20년이 넘었다. 천우희는 “언제나 감각을 예민하게 유지하면서 꾸준히 연기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지금 당장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없을까 보다는 평생 새로운 것을 보여준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나아가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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