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4 (금)

[사설] 과로사에 갑질까지, 택배노동 해결 대화기구 필요하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한 택배노동자가 생활고와 대리점 갑질을 주장하며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달 들어서만 숨진 택배 업계 종사자가 4명이다. 택배 업계가 구조적 문제에 빠져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택배 업체의 안전·보건·노사 관계에 대한 심도 있는 점검과 함께 종합대책 마련이 절실히 필요하다.

지난 20일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에서 숨진 택배기사 김모씨는 ‘억울하다’는 제목의 유서를 남겼다. 유서에는 차량과 번호판까지 구입해 택배를 시작했지만 월수입이 200만원도 되지 않는다며 생활고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대리점주의 택배기사에 대한 비인격적 대우, 불평등 계약 등 갑질을 폭로하는 내용이다. 로젠택배 측은 갑질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김씨의 극단적 선택 배경에는 대리점의 열악한 환경, 불공정한 노사관계도 작용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사건은 택배노동자들이 과로·생활난·갑질의 삼중고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또 잇단 과로사가 택배 업계의 구조적 문제임을 확인하게 해줬다.

택배노동 현장의 문제는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에서 낮은 수수료율, 무임금 분류작업·당일배송 강요, 산재보험 적용 제외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부와 업계는 택배노동자의 잇단 사망에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는 심야 배송 자제와 택배기사 처우개선 등을 약속했다. 추석 성수기 때는 ‘분류작업 1만명 추가 인력’ 투입 등도 내놓고 일부 시행도 했다. 노동자들은 과로사대책위를 구성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촉구했다. 하지만 제대로 실행된 것은 없다. 무임금 분류 작업과 심야배송은 사라지지 않았고, 주 70시간이 넘는 살인적 노동은 이어졌다. 죽음의 행렬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택배 업체의 진정한 개선 의지도 없고, 정부의 감시 기능도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업체의 껍데기 약속이나 정부의 미봉 행정으로는 노동자들의 죽음을 막을 수 없다. 택배 업계의 구조적 문제 해결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택배 업체의 고착화된 장시간 노동, 대리점·택시기사의 계약관행 등으로 볼 때, 택배노동자 문제는 정부·업체·노동자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 풀어갈 수 없다. 갈등이 첨예한 만큼 택배 업계의 문제는 노사정이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기구로 풀어가야 한다. 정부는 조속히 대화기구를 구성해 택배 문제에 대한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전 국민이 택배를 이용하는 만큼 시민들도 택배노동자 권익이 지켜지도록 관심을 갖고 감시할 필요가 있다.

▶ 인터랙티브:난 어떤 동학개미
▶ 경향신문 바로가기
▶ 경향신문 구독신청하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