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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사설] 금융사기 사전에 감독 못한 금융당국, 존재이유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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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금융감독원이 지난 20일 1조7000억원대의 펀드 환매중단으로 물의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의 등록을 취소키로 결정했다. 이에 펀드를 판 은행, 증권사 임직원도 해임 권고 등 중징계와 배상 책임을 지게 된다. 하지만 피해는 이미 대규모로 발생했다. 그동안 무엇하다 권력형 비리 스캔들로 발전한 뒤에야 나섰는지, 뒷북 행정이란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사모펀드 라임, 옵티머스 사기·부실 운영 사태를 키운 것은 금융당국의 감독 부실이다. 특히 금융 정책과 감독을 각각 맡은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의 책임이 크다. 2017년 옵티머스의 자본금이 적정 수준에 미달하자 금감원은 4개월 정도나 시간을 끌다가 적기시정조치를 유예해줬다.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를 벗어날 시간을 벌어준 셈이다. 일부 임직원들은 감시 역할을 망각한 채 이들을 도와 제 주머니를 챙겼다. 청와대 행정관으로 파견된 김모 팀장은 라임 사건의 핵심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금감원 검사 자료를 넘겼다고 한다. 윤모 전 국장은 옵티머스 대표에게 하나은행 임원 등을 소개해준 대가로 수천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를 포함해 지금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는 사실 박근혜 정부의 사모펀드 규제완화에서부터 시작된다. 당시 금융위는 규제의 고삐를 대거 풀었고, 이를 감독해야 할 금감원은 뒷짐을 졌다. 금융위는 2015년 벤처시장 육성을 위해 개인투자자의 사모펀드 투자액 한도를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내렸다. 인가제를 등록제로 풀고, 운용사 최소 자본금은 20억원으로 확 낮췄다. 이후 사모펀드 운용사는 10곳에서 200여곳으로 급증했다. 펀드 설정액이 170조원대에서 400조원대로 뛰면서 부실의 싹이 튼 것이다. 이러는 동안 금감원의 관리·감독의 손길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시장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데 대해 통렬히 반성하고 재발방지책을 세워야 한다. 정부도 금융당국이 시장을 제대로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감독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미봉책으로 넘겨온 관행이 오늘의 화를 키웠다. 이명박 정부 때 금융위와 금감원으로 어설프게 기능을 나눈 게 감독 부실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금융감독 규제와 집행을 함께 맡기거나, 금융위에서 예산·인사 권한을 분리해 금감원의 독립성을 강화하면서 견제·균형의 묘를 살릴 대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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