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의 비현실적 인식은 며칠 전 낸 보도설명자료에 고스란히 담겼다. "최근 분쟁 관련 민원 상담 건수가 제도 도입 초기에 비해 크게 감소하는 추세이고,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는 분석이 그것이다. 내용이 전해지자 전세난에 시달리며 들끓던 여론은 더 악화돼 임대인은 물론이고 적잖은 임차인들조차 분통을 터뜨린다. 국토부는 전화와 팩스로 쏟아지는 민원을 무시하고 국민신문고 민원 접수 건수가 줄어든 걸 근거로 들었는데 온라인에는 "답을 안 주니 민원이 줄었지, 진짜 민원이 줄었느냐"는 불만이 비등하다.
전세 매물이 급감해 둘러보기 위해 줄을 서거나 돈을 내는 일이 벌어지고 홍 부총리도 전세 난민이 될 형편이라는데 다른 증거가 필요한가. 그런데도 국토부는 9월 서울 전월세 거래가 전달에 비해 0.2% 늘었다며 전세 거래량이 줄지 않았다고 한다. 여기에는 "초현실적"이라고 비꼬는 댓글이 달렸다. 계약일 기준인 서울시 집계에선 30%가량 급감한 걸로 나타난다. 국토부 통계는 계약 후 길게는 4개월까지 걸리는 신고일 기준이니 현실과 딴판인 수치가 나오는 게 무리가 아니다.
이런 통계에 의존해 주택정책을 입안하니 현실과 괴리된 엉뚱한 대책이 자꾸 나온다는 의구심을 떨치기 힘들다.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후 임대·임차인 간 분쟁 사례가 끊이지 않는 마당에 담당자가 현장에 한 번이라도 가서 실상을 파악했는지 의문이다. 국토부는 이런 지적에 눈감을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당장 현장으로 달려가 전세시장 안정에 무엇이 필요한지 면밀히 따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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