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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단독] “인육 먹고 싶다” 외교관, 직원에게 감사 대비 증거 인멸 지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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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금으로 애플 컴퓨터 구입 지시 “문제될 수 있으니 네 집에 숨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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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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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 새끼” “인육을 먹고 싶다”는 폭언 논란에 휩싸인 주시애틀 총영사관 A외교관이 지난해 말 부하 직원에게 공금으로 고급 애플 컴퓨터를 구입하라고 시키고 감사(監査)에 대비해 이를 “당신 집에 숨기라”며 ‘증거 인멸’ 지시도 했다는 추가 의혹이 제기됐다. 공관 직원은 이와 함께 A외교관이 공문서를 위조한 정황을 외교부 본부에 신고했지만 제대로 후속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고한 직원은 공관 고위직에게서 ‘그만둘 생각 없느냐’는 취지의 말을 들으며 ‘공익 제보자’로서 보호받기보다는 오히려 배척당했다고 국민권익위원회에 문제 제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뉴질랜드 성추행 사건’ 부실 대응으로 지난 8월 국가인권위원회 지적을 받은 외교부가 또다른 외교관 비위 문제에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등 개선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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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철 외교부 대변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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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가 입수한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의 서면·구술 자료에 따르면, A외교관은 지난해 시애틀 공관 행정직원에게 “명품을 리뷰하는 개인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려고 하니 영상 편집용 애플 컴퓨터를 구입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나중에 감사가 실시되면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 네 집에 숨겨두라”고도 했다. 하지만 A외교관은 직원이 이를 꺼려하고, 다른 일로 문제가 될 것 같은 상황이 되자 컴퓨터 구입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A외교관은 시애틀 공관의 가구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현지 업체에 허위 견적서를 만들어달라고 하는 수법으로 부당 이익을 챙기려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해당 가구 업체는 A외교관의 ‘갑질’과 부당 요구에 그의 비위 행위를 외교부 본부에 신고했지만, 이와 관련해서도 관련 서류를 검증하지도 않는 등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한다. 외교부 감찰 담당관은 이와 관련, “행정 업무 편의 차원에서 그렇게 한 것으로 봤다”고 했다. 고가의 공관 물품을 허위 견적서를 만들어 구입하려 했는데도 이를 행정 편의로 이해했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A외교관에게 ‘장관 명의 경고’라는 솜방망이 징계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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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자료제출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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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A외교관의 문제를 신고한 이 공관 행정직원은 “외교부가 K에 대해 제대로 징계하지 않고 사건을 덮고 가려는 모습만 보였다”면서 “외교부의 자체 감사는 부실했고 축소·은폐됐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외교부가 지금이라도 제 식구 감싸기 행태는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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