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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김현미 장관도 넘어간 '죽은 통계'…"멈췄다"던 집값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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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노트]

한국감정원 주택가격 통계 신뢰도 추락

현실 못 따라가고 주·월간 통계 엇박자

중앙일보

정부가 주택정책을 세우는 데 주요 자료로 보는 한국감정원 통계가 신뢰성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은 서울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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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격 통계가 올해 국정감사에서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국민 재산권을 좌우하는 주택 정책의 기준인 한국감정원 통계의 신뢰도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 9.1% vs 2.5%



여·야의 지적은 피부로 느끼는 집값 상승을 감정원 통계가 반영하지 못한다는데 집중됐다. 민간 기관인 KB국민은행과 감정원 수치의 차이가 현 정부 출범 이후 더 벌어졌다는 점 역시 논란이다. 2013년 이후 2017년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의 연간 변동률에서 한국감정원과 국민은행 간 편차(상승률 기준)가 50% 이내였다. 전셋값은 20% 이내로 유사했다.

그러나 2018년 국민은행 통계의 매매가 상승률이 13.6%로 한국감정원(8.0%)보다 70% 높게 집계됐고 올해는 지난달까지 각각 9.1%와 2.5%로 4배 가까이 차이 난다. 현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인 2017년 4월 대비 지난달(3년 5개월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한국감정원 기준 16.6%인데, 국민은행 수치는 감정원의 두배 수준인 33.8%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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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한국감정원 국민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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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실거래 가격을 바탕으로 한 실거래가격지수 상승률은 국민은행 통계보다도 높다. 2017년 4월 대비 최근 통계인 지난 6월 기준으로 서울 상승률이 51%에 달한다. 2017년 6월 서울에서 실제 거래된 전용 84㎡ 중 거의 가장 저렴한 2억9700만원이었던 노원구 월계동 아파트만 해도 지난 7월 40%가량 오른 4억1000만원에 팔렸다.

송석준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은 국감에서 “정부가 '죽은 통계'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도 "감정원 통계가 국민 체감과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감정원은 통계 방식의 차이라고 해명했다. 2010년 정부는 중개업소 호가 중심의 통계가 집값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며, 공신력과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공인 통계기관을 국민은행에서 한국감정원으로 바꿨다. 김학규 한국감정원장은 “민간 통계는 시세(호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감정원 통계는 공적 통계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추세를 반영하려 하고 있다"며 "호가에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고 실거래 가격이나 개인적 사정에 의한 것인지를 반영해서 주택 동향 지수를 작성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감정원 통계는 그 자체로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주간 지수와 월간 지수를 기준으로 한 통계 차이다. 감정원은 표본주택이 서로 달라 통계 결과가 차이 날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그렇게 넘어가기엔 너무 차이가 크다. 올해는 더하다.

지난해 말 대비 지난달까지 월간 지수 기준으로 보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2.48%인데 주간으론 0.71%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전셋값 통계는 3.27%와 3.06%로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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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한국감정원 국민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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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주간 변동률은 정부가 주요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때, 대책 후 시장 영향을 점검할 때 중요한 판단 자료로 쓰인다. 지난 8월 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8·4 대책 이후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상당 부분 축소됐다"며 "지난주까지 봤을 때 서울 상승률이 0.01% 정도 됐고,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같은 경우 2주째 0%이기 때문에 상승세가 멈췄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조금 더 시간이 지나게 되면 상당 부분 조정이 있을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그 뒤에도 강남4구가 주간 변동률 0%를 이어갔다. 주간 지수로 보면 8·4대책 후 한 달간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이 0.05%, 강남4구 0.02%로 상승세가 확 꺾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월간 통계상으론 변동률이 각각 0.29%, 0.12%다. 정부가 7·10대책을 내놓기 전인 6월 수준으로 김 장관이 안심할 수치가 아니었다. 김 장관은 '부실 통계'를 근거로 섣부른 전망을 한 셈이다.



"현장 괴리 통계가 정부 불신 키워"



정부와 한국감정원은 통계 표본주택 수를 늘릴 방침이지만 통계 전반을 점검이 불가피하다. 주간 통계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통계에 반영되는 실거래 가격이 주간 단위로는 빈도가 너무 낮은 문제도 있다. 연간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전체의 5% 정도다. 주간 단위로 0.1%다. 여기다 주간 통계 표본 수(9400가구)가 월간(1만7190가구)의 절반 정도다. 실거래 빈도와 표본 수로 보면 주간 통계의 믿음이 더욱 떨어진다.

정부만이 아니라 김현미 장관도 본인이 2017년 6월 취임식에서 직원들에게 한 당부를 곱씹어 볼 만하다.

“숫자로 현실을 왜곡하지 맙시다. 숫자는 현실을 파악하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현장과 괴리된 통계는 정부에 대한 불신만 키웁니다. 또한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박탈하는 위험천만한 일이기도 합니다. 숫자를 가지고 얘기하자고 하면 숫자는 얼마든지 만들어집니다. 현장에서 국민의 체감도를 가지고 얘기합시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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