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지검장의 사의 표명은 유감”… 후속 인사 단행만 언급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사의를 표명한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 세계일보 자료사진 |
‘정치가 검찰을 덮어 버렸다’는 현직 검사장의 지적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진솔한 답변이나 반성은 없었다. 대신 사의를 표명한 지검장을 대신해 신속히 다른 인사를 그 자리에 앉히겠다는 의지만 드러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22일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기 사건을 수사해 온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의 사의 표명에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 장관은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라임 사건을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해야 할 중대한 시기에 상급 기관과 정치권으로부터 독립된 철저한 수사에 관한 책무와 권한을 부여받은 검사장이 사의를 표명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부지검 수사팀은 흔들림 없이 오로지 국민만을 바라보고 진실 규명에 전념할 것을 당부드린다”며 “독립적인 수사지휘 체계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금명간 후속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박 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한 직접적 원인이 된 ‘정치가 검찰을 덮은’ 현상에 대한 성찰이나 고뇌는 없이 후속 인사 실시만 강조한 것이다.
앞서 박 지검장은 이날 오전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는 말과 함께 추 장관의 최근 수사지휘권 발동을 비판하며 사의를 표했다. 지난 8월 11일 추 장관에 의해 남부지검장으로 임명된 박 지검장은 사직의 변에서 “국정감사를 앞두고 김봉현 회장의 2차례에 걸친 입장문 발표로, 그간 라임 수사에 대한 불신과 의혹이 가중되고 있고 나아가 국민들로부터 검찰 불신으로까지 이어지는 우려스러운 상황까지 이르렀다”며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장으로서 검찰이 이렇게 잘못 비추어지고 있는 것에 대하여 더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사의 배경을 소개했다.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 청사 전경. 세계일보 자료사진 |
이어 “라임 사건은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되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진행될 것”이라며 “그런데 이렇게 정치권과 언론이 각자의 유불리에 따라 비판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남부지검 라임 수사팀이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더라도 그 공정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탄식했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라임 수사는 결과과 상관없이 ‘정치권에 의해 왜곡된 수사’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됐음을 꼬집은 것이다. 그는 “정치가 검찰을 덮어 버렸다”며 “이제 검사직을 내려 놓으려 한다”는 말로 사직의 변을 끝맺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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