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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국내 가톨릭계 “교황 발언, 성소수자 인권존중…동성애 찬성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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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결합법 지지에 당혹 속 신중한 태도

진보적 단체선 “차별금지법 성찰 계기로”

개신교 한교총 “창조질서 어긋나 유감”


한겨레

프란치스코 교황의 동성결합 지지 발언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공개된 21일(현지시각) 교황이 주례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바티칸/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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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의 ‘시민결합법’ 지지에 대해 한국 가톨릭계는 상당히 놀라는 분위기다. 교황의 발언으로 한국 가톨릭계의 동성결혼 반대 입장이 뒤집히지는 않겠지만, 성소수자와 동성애자의 인권 보호에 한발 더 나아가는 계기는 될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 사안을 담당해온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는 ‘교황의 발언은 인권 존중 차원일 뿐 동성혼에 대한 교회의 입장 변화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생명윤리위원회 총무 유주성 신부는 “동성결혼에 대해 교회가 지금까지 합법화를 찬성하거나 인정한 적은 한번도 없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여러 강론과 선언도 기본 입장엔 변화가 없었다”며 “동성애자를 고용에서 배제하거나 혐오해서는 안 된다는 차원이지, 동성혼을 합법화하자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남녀의 혼인과 출산, 가정에 관한 사안은 교리와 연결된 것이어서, (교리상) 동성혼에 대한 찬성은 있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앞서 지난해 정기총회에서 연수 주제를 ‘한국 사회 안에서 성소수자의 실태와 과제’로 정하고, 성소수자부모모임 대표를 초청해 강의를 들은 바 있다. 오랜 금기를 깨고 성소수자와 동성애자 문제를 총회 안건으로 삼은 만큼 교황의 발언과 관련한 현안을 다음 총회에서 더 심도 있게 다룰 수도 있다.

이번 교황의 발언을 계기로 한국 가톨릭계가 논란 중인 포괄적차별금지법 등에 대해 다시 한번 깊게 성찰했으면 하는 바람도 나온다. 가톨릭계 진보적 연구기관인 우리신학연구소 이미영 소장은 “교황의 발언은 동성애자도 시민으로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법적 옹호로 보인다”며 “한국 가톨릭계는 포괄적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동성결혼이 합법화될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그 법은 동성결혼법이 아니므로 교황의 취지에 발맞춰 한국 천주교가 적극적으로 인권옹호법 마련에 앞장서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보수개신교 목사들이 포괄적차별금지법 반대를 주도하는 가운데 입법에 찬성해온 진보적 목사들은 교황의 발언을 적극 환영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이사장 홍인식 목사는 “가톨릭교회 교리로 현 단계에서 (동성결혼자를) 포용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대사회적으로 포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종교인으로서 현명한 판단”이라며 “다만 가톨릭조차 이단시하는 보수 목사들에겐 ‘사탄의 계략’이라는 기존 입장을 더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교회 최대 교단연합단체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의 한 목사는 “동성결합은 창조 질서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교회에서 받아들일 수 없기에 교황의 발언은 지극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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