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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우리말의 힘과 아름다움을 온전히 살려 쓴 농부 시인 서정홍의 신작 시집 '그대로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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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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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시인 서정홍의 신작 시집 <그대로 둔다> /상추쌈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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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지으며 책을 펴내는 출판사가, 농사지으며 시를 쓰는 시인의 책을 펴냈다. 신작 시집 ‘그대로 둔다’는 자연에 깃들어 마을 속에서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농부 시인 서정홍의 ‘더없는 시간’이 담긴 기록이다. 쉽고 깨끗한 우리말의 힘과 아름다움을 온전히 살려 쓴 시 65편을 실었다. 예술 즈음에 작가가 길어 올린 깨달음을 덤덤히 담아낸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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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시인 서정홍의 신작 시집 <그대로 둔다> /상추쌈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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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고추를 따는 밭가를 지난 적이 있다. 고추밭 속 어디선가 두런두런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렸다. 일을 보고 돌아오는데, 고추밭 어디만큼에서 또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들렸다. 아까 그 사람들 목소리다. 숨 막히게 무더운 고추밭 속에서도 목소리의 높고 낮음이 고르다.

서정홍의 시들은 그 무슨 이야기인지 모를 두런거리는 농부들 목소리를 농사 이야기로 생생하게 그려 놓았다. 서정홍의 시집 <그대로 둔다>에 실린 모든 시들은 ‘작은 다짐’이라는 씨앗에서 싹 터 자라 열매를 맺었다.

“손자 ‘서로’가 태어났다는 말을 듣고/ 사흘 동안 농사일, 쉬기로 했다/ 산밭에 괭이질을 하다/ 지렁이 한 마리라도 찍으면 마음이 짠하니까/ 삼 주 동안 좋아하던 술도 끊기로 했다/ 나도 모르게 쓸데없는 말을 해서/ 다른 사람 마음 아프게 하면 안 되니까/ 석 달 동안 채식을 하기로 했다/ 손자 서로가 살아갈 세상이/ 조금 더 맑아질 테니까”

더 이상 더 무슨 말로 오늘, 여기, 지금, 우리의 미래와 현실을 말한단 말인가(김용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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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홍 시인은 1958년 경남 마산 산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가난해도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글을 써야 세상이 참되게 바뀐다는 것을 가르쳐 준 스승을 만나, 시를 쓰기 시작했다. 옳고 참된 세상을 위해 힘써 싸우고, 그 기록들을 글로 쓰는 데에도 애썼다. 그러다가 경남 합천, 산골 마을로 와서 농사를 지은 지 이제 20년 가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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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한복판에 살면서 이웃과 스스럼없이 어울려 살고 있다. ‘열매지기공동체’와 ‘담쟁이인문학교’를 열어 이웃들과 함께 배우고, 청년 농부를 돕는 일에 애쓰고 있다. 58년 개띠인 시인은, 얼마 전 환갑을 지나고 손주를 보고 할아버지가 되었다. 마창노련문학상, 전태일문학상, 우리나라좋은동시문학상, 서덕출문학상을 받았다.(상추쌈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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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시인 서정홍의 신작 시집 <그대로 둔다> /상추쌈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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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쌈 출판사는 경남 하동 악양에서 부부 편집자 전광진(45), 서혜영(42)씨 부부 편집자가 운영하는 독립출판사다. 부부는 농사를 짓고 아이들을 키우며 지난 2008년부터 <나무에게 배운다>, <한 번뿐인 삶 YOLO>, <언젠가 새촙던 봄날>, <생강밭에서 놀다가 해가 진다>, <쇠나우 마을 발전소>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내고 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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