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마지막 TV토론서 북한 문제로 격돌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22일(현지시간) 테네시주 내슈빌의 벨몬트 대학에서 열린 대선후보 마지막 TV 토론회에서 공방을 벌이는 모습. 내슈빌 AFP=연합뉴스 |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는 22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능력 축소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후보는 이날 미 테네시주 내슈빌 벨몬트대에서 열린 대선후보 TV토론에서 ‘김 위원장과 만나기 위한 조건이 있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핵 없는 한반도를 위해 그가 핵능력을 축소하는 데 동의하는 조건”이라고 말했다. ‘스몰딜’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북한에 대한 질문은 당초 트럼프 대통령에게 던져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3번 만났고 아름다운 친서를 주고 받았는데 최근 북한은 초대형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했고 핵무기를 계속 개발하고 있다’는 사회자 지적에 “내가 (당선 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났을 때 북한이 제일 문제라고 했고 전쟁이 있을 것이라고 암시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나는 (북한과) 굉장히 좋은 관계를 갖고 있고 (김정은은) 다른 종류의 사람이지만 매우 좋은 관계로 전쟁이 없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서) 25마일 밖에 떨어지지 않은 서울엔 3200만명이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서울 인구는 1000만명 미만이다.
바이든 후보는 ‘오바마 행정부 때 북한은 4차례 핵실험을 했는데 지금 와서 어떻게 (북한을) 제어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내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은 ‘왜 계속 미사일 방어(MD) 체제를 우리 쪽으로 옮기고 한국과 군사 훈련을 하냐’고 물었다”며 “나는 ‘왜냐하면 북한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우리를 공격하지 못하게 확실히 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트럼프)는 (김정은이란) 폭력배(thug)를 좋은 친구(good buddy)라고 부르면서 정당성을 부여했지만 현재 북한은 예전과 달리 미국 본토를 아주 쉽게 공격할 수 있는 ICBM을 갖게 됐다”고 했다.
사회자가 “어떤 조건 하에서라면 김정은을 만날 수 있나”라고 묻자 바이든 후보는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핵능력을 줄이겠다고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김정은)는 그들(오바마와 바이든)과 만나고 싶어했지만 그들이 만나지 않았다”며 “나는 지금 좋은 관계를 갖고 있고 전쟁이 없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바이든 후보는 “그(김정은)가 우리와 만나지 않은 이유는 오바마가 ‘당신에게 정당성을 부여해주지 않을 것이고 아주 강력한 제재를 할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토론은 상대 후보 답변 중에는 마이크가 꺼지는 기능까지 도입됐다. 지난달 29일 1차 TV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 답변 도중 수시로 끼어들어 토론이 난장판이 된 때문이다. 미 대선토론위원회(CPD)가 이 규칙을 마련한 것은 대선 TV토론 역사상 처음으로 알려졌다. 음소거 버튼은 진행자인 NBC방송의 크리스틴 웰커가 아닌 CDP 직원이 담당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토론에서는 끼어들기를 자제했지만 수시로 손을 들고 고개를 흔들며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바이든 후보도 일부 억측에 발언권을 요청했고, 토론 막판에 시계를 들여다 보기도 했다.
이날 TV토론은 코로나 대응, 가족, 인종, 기후변화, 국가안보, 리더십 등 6개 주제로 15분씩 총 90분간 진행됐다. 당초 두 후보 사이에 투명 차단막인 플렉시 글라스가 설치됐지만 트럼프 캠프 측 반대로 토론 시작 직전에 철거됐다. 플렉시 글라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 이후인 지난 7일 열린 부통령 후보 간 TV토론 때 처음 등장했다. 트럼프 캠프는 음소거 버튼 설치에도 반대했지만, 관철되지 않았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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