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가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 경합주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전국적으로 앞서지만 경합주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뒷심을 발휘하면서 지지율 격차를 좁혀나가고 있다.
대선을 불과 열흘 앞둔 시점에 바이든 후보는 전국 단위 지지율은 물론이고 외형상 대부분의 경합주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앞서고 있는데도 불안해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진=AFP |
특히 경합주를 중심으로 전방위로 유권자들을 직간접적으로 만나고 있는 트럼프의 막판 스퍼트가 통한다면 뒤집기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연스럽게 4년 전 트럼프 깜짝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경합주 표심에 세계의 눈이 쏠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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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경합주는 6+2...경합주 중요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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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은 경합주가 당락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통은 주별로 지지 정당이 뚜렷한데 경합주는 부동층이 많아서 선거마다 표심이 오락가락한다.
경합주가 중요한 건 '간접선출'과 '승자독식'이라는 미국의 독특한 선거방식 때문이다. 미국 대선은 선거인단을 통한 간접선거다. 선거인단은 총 538명이다. 주별로 인구수에 비례해 선거인단이 배정돼 있는데, 특정 주에서 1표라도 많이 얻은 후보가 그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을 싹쓸이한다. 선거인단 과반인 '매직넘버' 270명을 확보하면 대통령 당선이다.
때문에 대선 승리를 위해선 전체 득표수보다 선거인단을 많이 확보하는 게 더 중요하다. 4년 전 트럼프가 전국 득표율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2.1%p나 밀리고도 선거인단을 306명 확보해 대통령에 당선된 이유다. 클린턴은 232명에 그쳤다.
당시 트럼프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한 건 6대 경합주의 표심이었다. 미시간(16명), 위스콘신(10명), 펜실베이니아(20명), 노스캐롤라이나(15명), 플로리다(29명), 애리조나(11명)에 배정된 선거인단 101명이 트럼프에 몰표를 던졌다. 특히 노스캐롤라이나와 애리조나를 제외한 나머지 4곳은 2012년 오바마를 택했다가 2016년 트럼프로 돌아섰다. 마찬가지 선택을 했던 오하이오(18명)과 아이오와(6명)도 올해 핵심 승부처로 주목받고 있다.
결국 미국 대선은 매직넘버 달성을 위한 숫자싸움이다. 4년 전과 단순 비교하자면 바이든은 이들 경합주에서 38표를 뺏어오면 백악관을 차지할 수 있고, 트럼프는 36표 이상 뺏기지 않으면 백악관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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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경합주 표심...이번에도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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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도 경합주 표심은 출렁거리고 있다. 바이든이 앞서고는 있지만 트럼프의 추격세가 매섭다.
플로리다는 선거인단이 29명이나 돼 대선 후보들이 가장 공을 들이는 주다. 바이든이 플로리다를 뺏으면 웬만한 경합주 한 곳만 더 가져와도 당선을 확정할 수 있다. 트럼프로선 절대 놓칠 수 없는 지역이기도 하다. 트럼프가 코로나19 회복 후 가장 먼저 찾은 게 플로리다다.
각종 여론조사를 합산한 리얼클리어폴리틱스 집계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기준 트럼프는 플로리다에서 바이든을 2.1%p차까지 따라잡았다.
6대 경합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 현황/사진=리얼클리어폴리틱스 웹사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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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플로리다에서 바이든을 추월했다는 여론조사도 나오기 시작했다. 의회전문대체 더힐의 최신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와 바이든이 지지율 동률을 기록했고, 보수 성향 여론조사기관인 트라팔가그룹 조사에서는 트럼프가 2%p 앞섰다는 결과가 나왔다.
미시간의 경우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이 트럼프를 7~12%p차로 여유있게 따돌리고 있지만 트라팔가그룹 조사에선 트럼프가 1%p차로 바이든을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트라팔가그룹은 4년 전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에서 트럼프 승리를 맞춘 유일한 기관이다.
펜실베이니아에서도 트럼프는 이달 초 7.3%p까지 벌어졌던 지지율 격차를 최근 4.9%p까지 좁혔다. 트라팔가 조사에선 지지율 격차가 2%p에 불과하다.
오하이오에서는 트럼프의 역전 소식이 전해졌다. 21일 공개된 폭스뉴스 조사에서 트럼프는 지지율 48%를 기록, 바이든을 3%p차로 따돌렸다. 한달 전 5%p차로 끌려다니던 데서 판세가 뒤집혔다. 반면 위스콘신에서는 여전히 바이든이 트럼프를 5%p차로 앞서고 있다.
경합주 가운데 비교적 공화당 성향이 짙은 노스캐롤라이나와 애리조나는 트럼프가 지켜내야 하는 주다. 현재 노스캐롤라이나에선 바이든이 평균 2.3%p차로, 애리조나에선 3.2%p차로 각각 우위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노스캐롤라이나는 4년 전에도 클린턴이 2.3%p 앞서다가 트럼프에 역전당했던 곳이라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애리조나는 1996년부터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적이 없다.
22일(현지시간) 선거예측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는 바이든이 선거인단 345명을 확보해 승리할 것으로 봤다. 바이든 승리 가능성은 87%다./사진=파이브서티에이트 웹사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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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여전히 미국 주류 언론 대부분은 바이든 승리에 무게를 싣고 있다. 코로나19, 경기침체 등 워낙 악재가 많은 데다 지지율 격차가 커서 이번에는 트럼프가 역전하기 힘들다는 게 지배적인 분위기다. 선거예측사이트 22일 파이브서티에이트(538)는 바이든 당선 확률을 87%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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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자 조기 윤곽, 경합주 개표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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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는 대선 후에도 당선자 발표가 한 달 이상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코로나19로 우편투표가 워낙 늘어나 주별로 최종 개표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어서다. 이 과정에서 당선 유력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선거불복으로 이어지면 큰 혼란이 불가피하다.
결국 당선자 윤곽을 조기에 파악하기 위해선 경합주 결과가 빨리 나오는 게 중요하다. 때문에 현지 언론은 주요 경합주 가운데 플로리다, 애리조나, 노스캐롤라이나의 개표 결과를 특히 주목하고 있다.
각주는 우편투표 개표 규정을 별도로 정하는데 이 3개 주는 우편투표 개표에 필요한 사전절차를 미리 시작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곳에선 예년처럼 선거 이튿날 새벽이면 개표 결과가 거의 마무리될 수 있다는 의미다.
만일 바이든이 이 가운데 플로리다와 한 곳에서 승리한다면 선거인단 과반을 확보할 공산이 크다. 특히 공화당에 기울어진 애리조나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바이든이 이긴다면 다른 경합주에서도 바이든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 3개 주에서 승리한다면 당선자 확정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4년 전에는 11월 8일 선거가 치러졌고 한국시간 11월 9일 오후 4시33분에 트럼프가 276명 선거인단을 확보해 당선이 확정됐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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